국내 금융시장과 유로 캐리트레이드의 관계

입력 2010-06-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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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흔히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라 하면 저금리 통화로 차입해서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캐리트레이드는 훨씬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지난 2008년에 FRB(Federal Reserve Bank,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무한대의 달러를 공급했고, 이런 상황에서도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성립됐다.

넘치는 달러 캐리 자금은 2009년 3월부터 이머징 증시에 몰리면서 강력한 상승장을 형성했다.

엔화의 장기 금리가 줄곧 달러화보다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캐리가 성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엔화는 강해지는 통화인데 반해, 달러화는 약해지는 통화였기 때문이다.

달러를 엄청나게 찍어내니 장기적으로 달러가 약해질 거라 믿게 되면서, 달러로 차입해 다른 나라에 투자하면 일정 기간이 지나 상환할 때에는 가치가 떨어진 달러만큼만 갚으면 되기에 이익이 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했던 셈이다.

이는 가치가 향후에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는 통화라면 이자율과 관계 없이 캐리트레이딩의 차입통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현재 글로벌 통화 가운데 가장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통화는 무엇일까?

바로 유로화이다.

이미 헤지펀더들은 유로화로 차입하고 비유로화 자산을 주워 담고 있다.

일정한 기간이 흐른 뒤에 유로화는 가치가 더욱 떨어져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유로 캐리트레이드는 달러 캐리트레이드와는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달러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투자되기 때문에 비달러화 자산의 가치는 이와 반대로 오른다고 생각하면서 주식이나 석유, 금속과 같은 상품을 두루 사게 된다.

그러나 유로 캐리트레이드는 다르다.

유로화는 달러 인덱스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로화의 하락은 곧 달러화의 상승을 의미한다.

달러화가 상승한다는 것은 역으로 주식이나 석유, 금속 등 모든 가치를 가진 상품들이 하락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일례로 유로 트레이드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5월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6조 4000억 원의 주식을 내다 팔면서도 8조가 넘는 채권을 사들였다.

이는 유로 캐리트레이드는 주로 채권을 매수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결국 국내 금융 시장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채권 매수를 종료하는 시기, 즉 유로 캐리트레이드가 중단될 때에 안정적인 상승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이 당분간 유지될 공산이 크다.


<글. 박문환 동양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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