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논쟁으로 본 각국 금리와 주가전망

입력 2010-09-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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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이 적용되면서 경기는 물론 각종 변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 중에서 가장 예측하기가 어려운 변수는 주가다. 하루 간격으로 더 심하게 말하면 장중에도 오르내림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예측이 어렵고 틀렸다고 해서 예측 자체가 무용한 것인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정확한 현실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최근처럼 경기와 증시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세계 각국들과 주요 기관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판단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가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의 효과문제를 놓고 벌이는 ''무력화(ineffectiveness) 논쟁''과 함께 기준금리 변경시 어디까지 감안해야 할 것인가 하는 통화정책 포함대상을 놓고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과의 논쟁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기준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주식 등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앨런 그린스펀 전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신념이다.

그린스펀 독트린으로도 불리는,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을 고려한 저금리 정책은 한때는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켜 2008년 하반기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은 주범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재 위기를 풀어가는 버냉키 FRB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수익을 목적으로 각종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투자로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정도가 심한 여건에서는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을 반드시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 ''버냉키 독트린''의 핵심이다.

주목되는 것은 각국의 통화정책이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상의 논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쿤의 법칙(Okun''s rule)''으로 볼 때, 올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률은 잠재수준을 웃돌 정도로 ''인플레 갭''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해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그대로 유지, 장기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FRB의 입장이다.

올 상반기 실물경제 상황을 감안해 지급준비율 인상과 같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해 세계경기와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줬던 중국 정부도 최근 들어 그 강도를 완화시킬 움직임이 감지된다.

중국 경제정책 수장인 원자바오 총리는 향후 경기대책 추진시 침체된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할 뜻을 수 차례에 걸쳐 밝힌바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금리인상에 앞장섰던 호주를 비롯한 신흥국들도 최근에는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환경 불확실성 등과 같은 이유가 있지만 신흥국 간에도 ''금리동결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경기에 앞서 먼저 둔화세를 보이는 자산시장 여건을 감안한 통화정책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순 이후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증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이 유지되면서 핀볼 효과와 같은 조심스런운 낙관론이 월가를 중심으로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산시장을 감안해 출구전략과 정책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한다면 증시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볼 효과란 제임스 버크의 명저의 이름으로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 하나가 도미노처럼 연결되고 점점 증폭되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를 증시에 적용한다면 각각의 볼링 에 해당하는 주가결정요인인 경제성장과 경기순환, 금리 혹은 국제유동성, 기업실적, 투자자 심리 등이 2011년에는 우호적으로 예상돼 주가가 의외로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증시의 가장 큰 볼링 핀에 해당하는 세계경기는 올 8월 이후 일부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놓고 낙관론인 ''소프트 패치''와 비관론인 ''더블 딥'' 간 논쟁이 일고 있지만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내년에는 연착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각대로 라면 내년에 세계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잠재수준으로 안착돼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증시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국면은 세계경기가 연착륙이 될 때 나타났다.

국제경제가 고성장이 지속될 때에는 경기과열과 인플레, 금리인상 부담 등으로 실제 주가상승률이 높지 않았으나, 연착륙 국면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증시의 수급여건이 어느 정도 받쳐줄 경우 주가가 크게 올랐다.

내년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경기순환상으로 보면 주가흐름에 유리한 분기별 성장률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영향력이 재입증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올해 말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기관들이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와 함께 또 하나의 볼링 핀인 유동성은 최소한 현 수준에서 더 위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 세계평균금리는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이나 피셔 공식을 토대로 볼 때 아주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가 퇴조한 점을 감안하면 양적인 면에서는 올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내년에 출구전략 추진과 금리인상 여부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할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모든 상품이 공급과잉에 처해 있는 상황에 있어서는 최종상품의 가격파괴 혹은 가격인하 경쟁으로 세계물가가 크게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른바 ‘월마트 효과’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볼링 핀에 해당하는 기업실적은 최근처럼 세계산업이 증강현실과 통합융합 업종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은 심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이들 업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 증대와 비용절감, 기업이윤이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각각의 볼링 핀을 연결하는 투자자들의 증시를 보는 시각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내년 증시를 바라보는 월가 시장참여자 간의 최대 관심사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대로 2차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인가 여부다.

국내 증권사들도 내년에는 코스피 지수가 최소한 2000선대 정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대내외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같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사라졌다가 다시 나도는 핀볼 효과가 나타날 경우 2011년 대내외 주가는 의외로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

또 통화정책의 포함대상을 놓고 벌이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보여 별도의 부동산 부양대책을 내놓는 우리 정책당국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각국의 동향을 감안해 우리 현실에 맞는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야 할 때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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