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하락 멈춰..바닥론 부상

입력 2010-11-14 09:05   수정 2010-11-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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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침체에 빠져들었던 주택시장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수도권 아파트값이 지난주 들어 하락세를 멈추고 지역에 따라서는 상승세로 돌아선 곳도 나타났다.

미분양 아파트 소진도 빨라지고 있다.

입지여건이 괜찮은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팔려나가고 지방에선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아파트의 미분양까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부 전문가들은 부산발 훈풍이 수도권까지 미치면서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4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보합세를 보였다.

지난 3월12일 -0.01%의 변동률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탔던 이 지역의 아파트 값이 보합세를 나타낸 것은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 조사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이 지난주 0.01%를 기록해 올 2월12일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강남구 0.25%와 강동구 0.4%로 오름폭을 주도했고, 양천구는 0.06%, 평촌신도시 0.06%, 용인시 0.04%, 분당신도시 0.03% 등 ''버블세븐'' 지역이 일제히 회복 조짐을 보였다.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 59㎡는 전주 대비 1천500만원 올라 7억~7억1천만원, 둔촌주공3단지 102㎡는 1천500만원 상승해 8억~8억1천만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가 거래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엔 ''찬밥신세''였던 중대형 아파트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렉슬 아파트 전용면적 114.9㎡는 지난달 말 19억3천만원에 팔렸고, 타워팰리스2차 전용 156.5㎡는 23억1천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2차 155.5㎡는 20억9천만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65.4㎡는 22억2천만원에 팔렸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중대형은 좀처럼 거래가 안 되더니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며 "하지만 중소형에 비해 여전히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면서 미분양 아파트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급락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데다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값싼 미분양 아파트에 눈을 돌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추석 이후 일부 급매물이 팔리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폭이 둔화한 것도 미분양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우건설은 최근 미분양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이후 석 달간 부천, 천안, 대구 등에서 1천300여 가구가 팔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부천 소사지구를 비롯한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이 석 달간 280여 채가 판매됐다.

회사 관계자는 "부천 소사 푸르지오는 추석 이후 하루에 20~30가구씩 팔렸다"며 "인근 지역에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의 인기가 기대 이하에 그치면서 판매율이 늘었다"고 말했다.

SK건설이 분양한 수원 정자동에서 분양한 SK스카이뷰는 추석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해 월 400~500가구씩 소진되고 있다.

SK건설은 "최근 수원, 용인지역 매맷값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판매량이 추석 전에 비해 3~4배가량 늘었다"며 "분양조건 변경이 없는 상황에서도 판매가 순조롭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집값이 강세로 돌아선 지방에선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팔리고 있다.

공급과잉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천안에서는 건설사의 분양조건 완화와 세종시 원안 확정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속속 거래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석 달간 이미 공사가 끝난 천안 두정과 백석동 푸르지오 등 충남지역에서 220여 가구를 팔아치웠다.

최근 준공한 우미건설의 천안 청수행정타운 ''우미 린'' 아파트도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에 힘입어 입주율을 70% 선까지 끌어올렸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안시장은 분양가 인하 등의 조치에도 판매율이 꿈쩍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8.29 대책 이후 마산 무학자이, 부산 연산자이, 조치원 자이, 광주 첨단자이 등에서 800여 가구의 미분양을 판매했다.

지방에 이어 수도권 아파트까지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최근 수도권 주택거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은 호가 위주의 시세가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실거래가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장기 미분양도 소진된다는 것은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내년 이후 1~2년간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것을 고려할 때 올해 말이 단기 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이 완전하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최근 수도권에서 거래되는 주택은 급매물이 대부분이며 오른 호가에는 잘 사려 하지 않는다"며 "내년은 입주량 감소로 올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여전히 소득 대비 비싼 집값과 소비자들의 기대심리 저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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