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펀치⑩] 판매채널 다변화에 주목하라.

입력 2010-12-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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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집 근처에는 ''뚱 아줌마네''라고 불리는 과일 가게가 하나 있다. 늘 무뚝뚝한 어투와 표정으로 장사하는 주인 아주머니를 빗댄 것이다. 친절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귀가 길에 제철 과일을 사러 갔다가 왜 그리 손님이 많은지 알게 됐다. 당시 제철 과일인 포도가 없길래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대답인즉슨, 포도 수확기가 맞긴 하나 비가 많이 내려 당도가 떨어졌기에 아무리 손님들이 찾는다해도 맛없는 상품을 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맛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뚱 아주머니처럼 주인만 믿고 살 수 있는 과일 가게가 있는 것처럼, 펀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판매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펀드 투자로 수익을 얻기가 훨씬 쉬울 텐데 말이다.

''진정한'' 완전 판매는 앵무새처럼 정해진 매뉴얼대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절차(표준투자권유준칙)에서 나오는 게 아닌, 판매자와 투자자 간 깊은 신뢰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2007~8년 펀드 활황 시절에 ''묻지마 투자'' 열풍이 지나고 남은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대량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약 100조 원 남짓 되는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에서 환매로 빠져나간 자금이 무려 2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 자금 규모는 16조원이고 해외 자금 규모는 8조원 수준이다.

다행히 빠져나간 규모만큼 주가가 올라 펀드순자산(펀드 운용결과가 반영된 자본총계) 규모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수익성 악화로 인한 운용사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초보투자자들의 원금 회복 심리에 의한 대량 환매로 치부하기에는 펀드판매채널인 은행과 증권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상당히 크다.

돌아선 투심을 돌려세우려면 펀드 판매에 새로운 채널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창 논의 되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펀드슈퍼마켓''이나 ''독립판매인'' 등이 그 해결 방안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해당 제도가 시장에 정착했다. 미국의 경우, 증권사에서만 판매되던 펀드를 75년 수수료 자유화 시행 이후 운용사들이 판매수수료를 없앤 ''No-load 펀드''로 직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7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수입다변화를 꾀하던 은행에서 보험과 함께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 9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을 이용해 다양한 펀드를 판매하는 새로운 채널인 펀드슈퍼마켓이 등장하게 됐다.

펀드슈퍼마켓은 판매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규모 운용사들의 판로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간 판매망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대형판매사의 눈치를 보는데서 벗어나 오직 운용성과로만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펀드슈퍼마켓을 기반으로 한 독립판매인들이 판매하는 펀드의 비중이 전체 펀드 판매 규모에서도 커졌다. 미국은 60%, 호주는 무려 90%에 이른다.

이는 독립판매인들이 단순히 펀드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금융상품을 골라주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은 까닭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이러한 ''펀드슈퍼마켓''이나 ''독립판매인'' 제도의 도입이 멀지 않았다.

위의 제도가 시행된다면 기존 판매채널에 대한 실망해 펀드를 외면했던 투자자들도 이들의 등장에 펀드 시장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의 이면에는 자칫 영세한 환경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판매인들이 투자 상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할 판매채널의 다변화에 관심을 둬 스스로 전문성을 갖춘 독립판매인을 구별해 내는 안목을 기르고 투자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글. 조충현 한국펀드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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