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금 이탈…‘한국 증시에서도 본격 이탈신호’인가?

입력 2011-02-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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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이후 신흥국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세로 돌아섰다. 아직까지 그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신흥국 주가상승의 일등공식이었던 만큼 최근 이탈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세와 맞물려 국내 증시에서 궁금해 하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외국인 자금유입 규모가 줄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매도세로 돌아선 배경과, 다른 하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지속성 여부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글로벌 자금규모와 국제자금흐름구조 재편,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도 등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글로벌 자금규모가 줄어들 경우 그동안 많이 유입되고 수익이 났던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비중이 높은 선진국에서 자금이 줄어들 경우 이 현상은 심하게 나타난다. 2008년 9월 리먼 사태 직후 반사이익까지 기대했던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됐던 시기가 전형적인 예에 해당된다.

정책적으로 신흥국들은 올해 들어서도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공급이 줄어들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양적완화, 긴급 유동성 조절 등으로 자금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전체적인 규모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위기과정에서 퇴장됐던 통화가 시중에 방출되면서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 증시주변 자금은 늘고 있다.

절대규모는 줄지 않더라도 국제자금흐름 구조가 재편되면 그동안 많이 유입됐던 국가에서는 자금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른바 투자기상도상의 조정이다. 여러 결정요인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투자대상국별 상대수익률과 중장기적으로 핵심 성장동인이 바뀔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별 상대수익률에 있어서는 올해는 일찍부터 위기과정에서 덜 오른 국가의 증시가 매력적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지난해 12월 이후 월가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린 것도 미국경기 회복과 함께 이런 기대를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또 2010년대에는 부존자원이 핵심 성장동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부국으로 자금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갈수록 더 예의 주시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일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CDS(크레딧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지난해말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변화다. 굳이 상승배경을 따진다면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올들어 유럽재정위기 우려와 이집트 사태가 불거진 탓이 크다.

해외시각에 변화가 있다면 국가신용등급에 있어서는 지난 2년간 돋보이던 매력은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대표기업들의 매력은 더 커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대표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해외시각을 개선하고 국가신용등급을 보완하는 효과가 커지고 있다. 앞서간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해외시각과는 별도로 포트폴리리오상의 투자매력도는 줄어들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지표로 판단해 보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유가가 100달러 넘으면 일단 한국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지난해말부터 국제유가는 90달러를 넘나들면서 이집트 사태로 1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번 위기과정에서 한국 등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자금이 금리차에 의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을 밀어냈던 투자국의 대표금리가 오르면 이탈될 소지는 그만큼 커진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그 임계수준(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4% 내외로 인식돼 왔다. 한때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3% 중반까지 올랐다.

투자대상국의 환차익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추가적으로 적정환율 수준을 끌어내릴 수 있는 개선요인이 없다면 환차익 소지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올들어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110~112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PER(주가수익비율)의 역수에서 투자대상국 대표금리를 빼서 산출하는 ‘일드 갭(yield gap)’도 자금회수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다. 우리의 경우 5%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된다. 최근 들어 6%까지 떨어져 여전히 우리 증시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전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결국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경제 해외시각 등과 같은 핵심요인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고 국별 기대수익률상의 변화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된다. 즉, 한국증시를 본격적으로 떠나가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올해 증시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유망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지 말고 예상되는 악재(risk)에도 미리 대비해 나가는 균형과 중용의 중요성을 최근 외국인 매도세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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