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리비아에서 반(反) 카다피 투쟁을 주도하는 국가평의회를 공식적인 ''정치적 대화상대''로 인정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즉각적인 퇴진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하 상임의장)은 11일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EU 정상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벵가지에 근거를 둔 리비아 국가평의회를 ''정치적 대화상대(political interlocutor)''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우리는 카다피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신뢰할 만한 대화상대를 필요로 한다. 국가평의회에 과거 (카다피) 정권 인사들이 있으나 그들은 카다피와 결별하고 목숨까지 내걸었다. 신뢰할 만한 대화상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비아 반정부 진영의 국가평의회를 정치적 대화상대로 인정한다는 입장은 국가평의회를 ''유일하고 합법적인 리비아 국민의 대표''로 인정한 프랑스의 결정과 일치하지는 않아 이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고 절충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또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쏘아대고, 나라를 내전 상태로 몰아넣으며 인도주의 위기를 야기하는 이들은 엄중한 결과에 봉착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리비아 리더십(카다피 정권 지칭)은 지체 없이 권력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이와 함께 (리비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27개 회원국이 모든 대안을 검토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으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적 개입과 관련해서는 확고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리비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문제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는다"고 회의론을 피력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 운용하는 과정에 아직 리비아에 남은 EU 회원국 국민을 비롯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군사개입에 분명한 요구가 있어야 하고 법적 근거가 확실해야 하며 주변국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EU-아랍연맹(AL)-아프리카연합(AU) 3자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했다.
한편, EU가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의 위기 상황을 논의하고자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한 것은 2001년 ''9.11테러'', 2003년 이라크전쟁 개전, 2008년 조지아(그루지야)전쟁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