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향후 전개될 엔.달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국내 주식시장은 펀더멘털 악화에 따라 지수 1,900선 지지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엔저란 엔화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인데,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 수출기업과 경쟁하는 일본 기업은 수출 채산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엔 일본발 악재에만 반응하고 있지만,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펀더멘털 악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더욱 휘청거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엔저 현상이 굳어지면 원.달러 환율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 부각될 것이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수요가 증가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엔고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펀더멘털이 취약해진 일본 경제와 재정상황, 고유가 등을 고려할 때 엔화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원전사고가 확산될 경우 일본 자체의 급격한 수요둔화로 일본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엔고 현상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일본 정부 역시 엔고 현상을 바라지 않고 있다.
엔고 현상이 나타나면 일본 기업채산성 악화 심화 → 경기 회복 둔화 → 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고 현상이 확인될 경우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을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엔화 본국 송금으로 당분간 엔화는 급격한 약세보다는 81~83엔대 넓은 박스권을 연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95년 고베 지진 이후 엔화가 강세로 간 것은 당시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이 지금보다 견고했기 때문이다"며 "현재 일본의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엔화가 강세로 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엔.달러 환율은 한때 83.29엔까지 치솟았지만 1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81.40~81.50엔대에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