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 고위관계자는 17일 "DBS와 일본 미즈호은행 등 사례를 참조해 민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DBS는 싱가포르정부가 경제개발사업을 위해 1958년 만든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과거 산업은행과 흡사하다.
DBS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우편저축은행 인수, 이듬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등을 거치면서 공공성격을 털어내고 상업금융회사로 변모했다.
DBSH라는 지주회사 아래 DBS 뿐 아니라 증권사, 캐피탈사, 자산운용사, 카드사 등을 둬 아시아 최대의 글로벌 CIB(상업투자은행)로 도약했다.
아울러 민영화 이후 1995년 본격적인 기업금융중심투자은행(CIB) 체제를 구축한 독일 도이체방크, 2000년 9월 다이이치간교은행, 후지은행, 니혼고쿄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미즈호은행 등을 참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CIB 체제를 도입한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5년만에 세계 상위권의 투자은행으로 도약했다.
산은금융은 당국의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산은금융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안이 나와봐야 구체적인 인수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 위력을 발휘하는 `변양호 신드롬'' 때문에 정부안이 기대했던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어 걱정된다"고 밝혔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금융 매각방식과 일정 등을 확정한다.
현재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 95%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법규를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한해 50%로 완화하는 방안, 우리투자증권, 광주ㆍ경남은행 등 우리금융 자회사들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금융을 산은금융에 넘겨주기 위해 정부가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 사전밀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산은금융은 당국이 이런 비판을 의식해 이도저도 아닌 방안을 내놓아 우리금융 인수가 꼬여버릴까봐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연기하자 금융권에서는 ''변양호 신드롬''이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변양호 신드롬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은 이후 관가에서 책임이 뒤따르는 정책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을 말한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당국의 발표 이후 노동조합을 포함한 내부 의견 수렴 등 과정도 충분히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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