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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어디 훌쩍 다녀오세요.”
며칠 전 비가 수줍게 내리던 충무로의 밤. 대작하고 있던 후배의 권고에 무심코 ‘그럴까…’ 하고 대답은 했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아니면 부안? 그도 아니면 모 시인의 산장? 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안 되는 일도 없는 혼돈의 시간 앞에서 초주검 상태였기에 판단이 쉽지 않았지요. 엉겁결에 ‘부안!’으로 마음을 잡고 그곳 친구에게 막 전화를 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대구 김경호 시인의 이름 석 자가 터치 화면에 또렷하게 떴습니다. 1977년 영남일보로 등단하는 등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시단을 놀라게 했던 문청 출신인데요. ‘광복절 연휴에 내려와 함께 연꽃 구경 가자’는 제의를 한 겁니다. 이런저런 일로 일상이 거의 미칠(?) 지경이었던 내 입장에서는 이제 생각이고 뭐고 없게 됐지요. 무조건 ‘예스’ 했습니다. 청도 유등연지에서 가창계곡으로 이어진 무박2일의 여정. 짧은 시간이었으나 홍련의 향과 폭포 소리에 취했던 환상적 테마 여행이었습니다.
*** 그윽한 향의 홍련 사진과 졸시 한 편 올립니다.(사진: 김경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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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밤 열 시 라디오는 약속처럼 기적 울리고
폴 모리아의 ‘이사도라’ 플랫폼 적셔오면
안녕하세요 김세원입니다
낮게 깔리는 첼로 음색
간이역에 비
안개 부르는 주술에
유령처럼 누워 있던 영혼 벌떡 일어나
공포가 옹립한 죽음의 상징 체계
의 난수표 같은 암호 풀어
식은 피 흐르는 심장 떼어내고
온갖 불온한 혁명의 베이스 캠프인
봉인된 골방
의 창백한 공기 위무하는 살풀이, 쿨럭이며
떨어뜨린 흰 수건 들어올리면
이국의 항구 뒷골목 수은등 아래
배회하던 집시 가수
두고 온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 귀향 길 오르는,
다시 떠나는 삼등 열차 꽁무니로 긴 여운 남기는
애수의 트럼펫
각혈하던
멜랑꼴리
* 밤의 플랫폼: 지금은 없어진 동아방송의 70년대 인기 프로그램. 간단한 에세이와 연주곡 몇 곡을 소개했다.
- 졸시「밤의 플랫폼」전문(문학무크『시에티카』제5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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