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매듭, 자르지 말고 풀어라

입력 2011-09-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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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부안 친구 집을 찾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녀간 지가 벌써 1년을 넘었는데요. 시외버스에서 내려 터벅터벅 신작로를 돌아 감나무가 양편으로 널려 있는 골목을 들어서는데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초라하다 못해 처참하다는(?) 자괴감이랄까. 지금 주인도 없는 남의 집에 가서 혼자 뭘 하자는 것인지…. 당초 상상했던 마음의 여유는 어떻게 찾을 것이며 또 정작 다잡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꼬인 세상사, 자연스럽게 매듭을 풀어 해결하는 게 순리일 텐데 단칼에 자르지 못해 안달인 성미라니. 머리가 받쳐주지 않아 가슴만으로 문제에 접근하니 난마처럼 얽힌 감정의 미세 혈관이 혼미할 만도 합니다. 손수건이 없으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식은 땀, 부쩍 심해진 현기증이 최근의 건강 상태를 경고하고 있지만 ‘술이 원인’이라고 과감히 무시해 버리는 버릇도 이미 중증입니다.


마루 앞 평상에 앉아 대여섯 시간 동안 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노랑과 빨강이 섞인 예쁜 꼬리의 새 두 마리가 서로를 희롱하듯 감나무 가지를 날아다닙니다. 차라리 저들로 태어났다면…. 땅거미가 진 이후에는 풍경이 정지하고 소리만 움직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개가 짖고 농기계가 돌아갑니다. 풀벌레 울음은 점점 커지고 옆집 할머니의 말 소리는 잦아듭니다. 대봉의 낙과 소리는 때가 이른지 아직 들리지 않지만 귀를 바짝 세워봅니다.


이 밤이 지극히 사소하다면 지난 밤은 특별히 떠들썩했습니다. 충북 영동에서 열린 1박2일의 시에문학회 행사에 참가했는데요. 총총한 별들을 배경으로 사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유성, 화려하게 유영하는 반딧불이, 금강 줄기 곳곳에 피어오른 물안개와 문학의 향기가 함께 어우러졌습니다. 밤을 잊은, 아니 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곳곳에 모여 앉아 이 시대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예술의 미래를 얘기했습니다. 심신의 기력이 떨어진 나는 술을 거의(?) 자제하고 일찍 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설치는 등 비틀거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포도밭 체험을 끝으로 일정이 마무리되고 부안으로 오는 길. 광주, 화순 사는 시인 세 명과 동행했습니다. 행사에 초대돼 (시로만 된) 노래를 불렀던 작곡가이자 가수, 지렁이 박사로 불리는 바둑 아마 5단, 정갈한 시와 왕성한 활동으로 세간의 지명도가 높은 또 한 명이 그들이었지요. 특히 20여 년 전부터 앨범을 내놨다는 시인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시집 한 권을 무려 7번이나 읽는다고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요. 두세 시간을 완전히 몰입해 창작한 후엔 그 노래를 기억에서 온전히 지워버린다고 말해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진흙탕 같은 마음은 언제 비워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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