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경제해설(4) ..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국제유가.
근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주가 환율 등의 움직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금융상황 변화에 따라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변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시장 상황과 국제유가 변동이 일률적인 관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이 위축되면 어떤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어떤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유는 본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 국제유가 변동은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였다. 국제유가는 금융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예를 들어 중동전 발발 등 지정학적 요소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기업 생산비 부담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다고 하여 국제유가가 변동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로 금융시장 변수가 유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미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변수의 영향을 받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금융시장과 원유시장의 구조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배경요인으로 우선 "원자재의 금융화(commodity financialization)" 현상을 들 수 있다. 원자재의 금융화란 원유 등 원자재를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금융자산으로 보고 향후 가격 변동을 기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선진국의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2000년대 초 주식가격 하락을 배경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었는데 원자재가 그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미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원자재를 투자대상자산에 편입하면서 2003년 130억 달러에 불과했던 원자재 투자자금이 2008년에는 2600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말해 원자재의 금융화가 진전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원유가격이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민감해진 또 다른 배경은 2000년대 이후 국제 원유시장의 구조변화이다.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원유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수급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상황에서 금융자금의 원유 투자 확대는 국제유가 상승을 초래하는 배경 요인이 되었다. 금융자금의 원유 투자는 대개 유가선물을 대상으로 하는데 원유에 대한 금융투자를 확대하면 일차적으로 선물유가가 오르게 된다. 선물유가가 현물유가 즉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수급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원유수급상황에 여유가 없으면 선물유가 상승은 곧바로 현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원유수급상황에 여유가 있는 경우, 즉 원유공급이 수요를 능가하는 경우 원유에 대한 금융자금 투자가 확대되어 선물유가가 오르더라도 현물유가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이 경우 현물유가는 주로 원유수급상황 변동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금융시장 가격변수 움직임과 유가 변동의 관계는 어떨까? 사실 양자간의 관계는 일률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2008년 상반기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2008년 하반기 또는 2011년 중반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면 국제유가도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수와 국제유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 변수와 국제유가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투자재로서의 원유의 지위와 원유수급상황의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원유수급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원유가 주로 주식이나 외화 등에 대한 대체 투자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상황에서 한 나라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원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게 된다. 반면 원유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주가와 국제유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즉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진으로 글로벌 침체가 예상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므로 주가도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주가와 유가가 같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원유시장의 성격이 크게 변모한 지금 금융시장 변수와 국제유가 변동의 관계로부터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얻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만일 한 나라의 주가가 하락하거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오르는 경우 세계경기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주요국의 주가 하락이 국제유가 하락을 수반하는 경우 이는 세계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안병권 선임연구원>
근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주가 환율 등의 움직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금융상황 변화에 따라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변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시장 상황과 국제유가 변동이 일률적인 관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상황이 위축되면 어떤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어떤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유는 본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 국제유가 변동은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였다. 국제유가는 금융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예를 들어 중동전 발발 등 지정학적 요소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기업 생산비 부담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다고 하여 국제유가가 변동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로 금융시장 변수가 유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미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변수의 영향을 받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금융시장과 원유시장의 구조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배경요인으로 우선 "원자재의 금융화(commodity financialization)" 현상을 들 수 있다. 원자재의 금융화란 원유 등 원자재를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금융자산으로 보고 향후 가격 변동을 기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선진국의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2000년대 초 주식가격 하락을 배경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었는데 원자재가 그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미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원자재를 투자대상자산에 편입하면서 2003년 130억 달러에 불과했던 원자재 투자자금이 2008년에는 2600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기관투자가들이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말해 원자재의 금융화가 진전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원유가격이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민감해진 또 다른 배경은 2000년대 이후 국제 원유시장의 구조변화이다.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원유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수급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상황에서 금융자금의 원유 투자 확대는 국제유가 상승을 초래하는 배경 요인이 되었다. 금융자금의 원유 투자는 대개 유가선물을 대상으로 하는데 원유에 대한 금융투자를 확대하면 일차적으로 선물유가가 오르게 된다. 선물유가가 현물유가 즉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수급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원유수급상황에 여유가 없으면 선물유가 상승은 곧바로 현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원유수급상황에 여유가 있는 경우, 즉 원유공급이 수요를 능가하는 경우 원유에 대한 금융자금 투자가 확대되어 선물유가가 오르더라도 현물유가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이 경우 현물유가는 주로 원유수급상황 변동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편 금융시장 가격변수 움직임과 유가 변동의 관계는 어떨까? 사실 양자간의 관계는 일률적이지 않다. 예를 들면 2008년 상반기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2008년 하반기 또는 2011년 중반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면 국제유가도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수와 국제유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 변수와 국제유가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투자재로서의 원유의 지위와 원유수급상황의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원유수급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원유가 주로 주식이나 외화 등에 대한 대체 투자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상황에서 한 나라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원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게 된다. 반면 원유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주가와 국제유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즉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진으로 글로벌 침체가 예상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므로 주가도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주가와 유가가 같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원유시장의 성격이 크게 변모한 지금 금융시장 변수와 국제유가 변동의 관계로부터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얻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만일 한 나라의 주가가 하락하거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오르는 경우 세계경기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주요국의 주가 하락이 국제유가 하락을 수반하는 경우 이는 세계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안병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