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의 비와 달 그리고 눈물

입력 2011-11-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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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장마 </P>
<P> </P>
<P>가수면 상태에서 눈을 뜬다 </P>
<P>관성으로 넋을 추스르면 </P>
<P>친절한 당신 손이 일으키는 새벽 </P>
<P>하양 고무신의 맨발 걸음으로 살짝이 </P>
<P>오던 빗줄기, 다시 난폭해진다 </P>
<P>일생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폭우에 </P>
<P>평생 닫혀 있던 창문 크게 흔들리고 </P>
<P>모골이 송연한 방에 갇힌 나는 외람되게도 </P>
<P>발기한 안테나를 빳빳하게 세워 </P>
<P>초 단위로 당신을 수배한다, 오늘도 </P>
<P>경보와 주의보를 무시한 불친절한 밤이 오고 </P>
<P>집이 물에 잠기고 </P>
<P>산과 둑이 무너져 내린다</P>
<P> </P>
<P>아, 프쉬케! </P>
<P> </P>
<P>가슴이 뛰어요 위험하긴 해도 폭우 쏟아진 당신의 강가에 서는 재미가 쏠쏠해요 불어난 물길의 긴장과 이완 완벽해요 이런 매력적인 조율법은 누구한테 사사한 건가요 부러워요 덕분에 건조한 시선에 갇혀 있던 여름이 윤택해졌어요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이런 양질의 흥분 느끼겠어요 장마가 끝나고 세월이 흘러 마침내 당신의 강을 건너면 내 인생도 성숙해질 테지요 감사해요 </P>
<P> </P>
<P></P>
<P> </P>
<P>개기월식</P>
<P> </P>
<P>눈 뜬 장님 되어 </P>
<P>눈에 뵈는 게 없다 </P>
<P>어느 날 당신의 궤도에 끼어든 알량한 </P>
<P>행성의 쓸쓸하고 비루한 그림자 </P>
<P>건강한 양지를 범하는구나 </P>
<P>미안하다 </P>
<P> </P>
<P>- 다크 서클 드리우며 </P>
<P>천천히 페이드 아웃 - </P>
<P> </P>
<P>가득 채워 곧 비워내는 </P>
<P>있음과 없음의 한 몸 </P>
<P>저런 숨겨둔 천국이 있었다니 </P>
<P> </P>
<P>달의 깊은 자궁, 슬픔의 중심에 들어 </P>
<P>어린 아이처럼 행복했다 </P>
<P> </P>
<P></P>
<P> </P>
<P>수선화를 위하여 </P>
<P> </P>
<P>출근길 사람들 빨려 들어가는 상계역 입구 </P>
<P>앓고 난 뒤 머리 묶고 일어나 앉은 것처럼 </P>
<P>길가 모서리 단정한 여자의 뒷모습 </P>
<P>울고 있는지 </P>
<P>어깨가 들먹인다 </P>
<P>간밤의 아픔을 게워냈는가, 발치에 노란 토사물 </P>
<P>비둘기 한 마리 총총 눈치 보며 근접 중 </P>
<P>저 미물의 경우 없는 식탐이라니 </P>
<P> </P>
<P>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어디 그대뿐이랴 </P>
<P>새벽부터 대낮까지 만 오천 원 번 택시기사 </P>
<P>주차위반 사만 원 딱지에 진저리치고 </P>
<P>국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기 위해 </P>
<P>일생의 긴 줄 서 있는 노숙인 행렬을 보라 </P>
<P>하루에 몇 명씩 죽어나간다는 </P>
<P>산재 노동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허공을 보라</P>
<P> </P>
<P>버림받은 영혼은 그대뿐이 아니다 </P>
<P>입 닫히고 귀 막혀 정신까지 놓은 시골 아낙 </P>
<P>잊어버린 사랑의 감각 돌려달라고, 사내 품 찾아 떠도는 </P>
<P>비장한 순례길을 아느냐 </P>
<P>온전한 피붙이의 손길도, 찬란한 연인의 입술도 잃어 </P>
<P>마음 둘 곳 못 찾고 거리를 헤매는 </P>
<P>충분히 외롭고 가난한 무적자(無籍者)들이 </P>
<P>세상에 넘친다는 것을 아느냐 </P>
<P> </P>
<P>그러니 이젠 울지 마라 </P>
<P>모든 것은 지나가는 법이니 </P>
<P>눈물 그치면 </P>
<P>그대 인생의 어두운 돌담 밑에 </P>
<P>한 송이 흰 수선화 피어나리니 </P>
<P>- 졸시 (계간『시에』겨울호, 2011) </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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