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지만 옳은 말 하는 독일

입력 2011-12-08 10:25   수정 2011-12-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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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는 지난 8월 이후 박스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2000포인트를 넘기 위한 최종적인 저항대가 대략 1950포인트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답보 상태에 있는 유로존의 정책적 리스크가 박스권 횡보의 주된 이유가 될 것이다.

지난 8월 말부터 한 달도 빼 놓지 않고 1950포인트를 두드렸지만 결국 2000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었다.

이런 팽팽한 균형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이 주말에 있을 유로 정상회담인데 시장은 기대반 우려반 역시 수일째 횡보만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반롬푀이>는 27개국의 모든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속조항만의 개정을 주장하는 2쪽 분량의 편지를 각 구성국에 전달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독일은 부속조항만의 개정으로 구속력 있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또한 하루 전에는 EFSF와 ESM의 병행시행을 통해 방화벽을 더욱 두텁게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것도 독일이 반대했었다.

신용평가사 S&P는 보다 못해 만약 유로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경우 15개 구성 국가들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한데 이어 목요일 새벽에는 EU마저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국제 사회의 경고에도 내색조차 하지 않고 독일은 번번이 자신의 주장만을 꿋꿋하게 내세우고 있다.

필자가 유로존의 구성 국가 수장 중에 한 명이라면 이렇게 제멋대로인 독일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싫어 유로존의 탈퇴를 신중하게 검토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더 큰 비용 때문에 결국 독일의 제안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지금 당장만 생각한다면 독일의 끝없는 몽니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EU협약의 개정을 요구하는 독일이 결국은 EU의 협약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독일은 시간을 벌기 위해 몇 가지의 조치를 추가했었다.

일단, ECB의 자율적인 결정을 보장하고 EFSF의 단기채 발행을 통해서 유동성을 보강하면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참에 확고하게 EU 조약의 변경을 시도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매번 타협보다는 자신의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독일이 얄밉다.

하지만 만약 독일의 의도대로 EU의 협약이 바뀌고 재정통합의 초기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이후에 ECB의 역할이 확대되고 유로존은 파산 직전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 과정이 시간을 좀 더 요구하는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사태해결을 위한 확실한 처방전이라면 믿고 조금 더 기다려볼 생각이다.

<글. 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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