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한국 증시 위기설의 실체…‘디커플링’과 ‘리디커플링’

입력 2012-04-16 07:22  

◆ 총선 이후 한국 증시 위기설의 실체…‘디커플링’과 ‘리디커플링’

국내 증시가 총선 이후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위기설’이 또다시 퍼지고 있다. 유럽국채 만기상환 물량이 집중돼 있고 3월말 회계연도 결산 이후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되는 데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대외적인 요인에서다.

최근처럼 주로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제기되는 ‘위기설’과 관련해 ‘디커플링 이론(decoupling theory)`과 ‘리디커플링 이론(redecoupling theory)’ 간의 논쟁이 벌어진지는 비교적 오래됐다. 특히 신흥국 위기설을 뒷받침하는 리디커플링론이란 선진국의 주가가 상승(하락)할 경우 신흥국의 주가도 동반 상승(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달러자금이 많이 유입돼 신흥국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졌던 2009년 2분기 이후 선진국 주가와 신흥국 주가는 동반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유럽계 자금이 두 차례에 걸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으로 많이 풀리자 선진국 주가와 신흥국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종전에는 신흥국이 선진국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리디커플링이었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신흥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위상도 높아짐에 따라 반대로 선진국이 신흥국을 따라가기도 하는 ‘순환적 리디커플링(circular redecoupling)`이라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순환적 리디커플링’은 증시에서는 `역(逆)윔블던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요인이 있으나 신흥국이 선진국과의 리디커플링으로부터 벗어나 디커플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①내수주도로 경제구조 전환 ②충분한 완충자본(buffer capital) 확보 ③탄력적인 환율제도 운용 ④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 확충 등 다방면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되나 이는 단기간에 이루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내수 확대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신흥국이 우위를 갖는 중?고급 기술 전자산업은 선진국 수요에 더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등 신흥국들은 리디커플링 현상을 완화시키고 자국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수 확대책을 일제히 추진하고 있다.

리디커플링 옹호론의 시각대로 일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디커플링 현상이 오히려 정착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대외요인에 의해 제기되는 위기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시각도 있다. 신흥국의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떨어지는 반면 신흥국 시장의 급신장 등 디커플링을 가능케 하는 요인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때문이다.

디커플링 허구론의 근거가 됐던 금융위기 직후 동반 경기침체는 선진국 수요둔화에 따른 수출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나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 등도 상당부분 기인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또 물가상승을 우려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기조도 내수둔화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

시기나 글로벌화 정도와 상관없이 선진국 경기의 침체시에는 신흥국도 이에 동조해 경기가 하강하는 모습(synchronized downturn)을 보여 왔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도 성장률의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이 위기로 경기가 침체되면 신흥국도 침체되고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도 회복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실물부문보다 글로벌화가 더 많이 진전되어 있는 금융시장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그 과정을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과 디레버리지(자본회수) 이론으로 설명하면 잘 이해될 수 있다. 유럽위기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금융사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외부에서 긴급으로 자금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가능한 적게 처분해 응해야 한다.

이때 시장 상황을 보면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이 시장에서 금융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그 과정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분보다 더 많이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경제여건이 좋은 신흥국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사들이 이 국가를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신흥국들은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 뜻하지 않는 현상을 맞게 된다.

이 때문에 대외요인에 의한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은 보편적인 현상이므로 한국 증시 위기론의 근거로 ‘리디커플링은 현실(redecoupling is real)’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거가 약하다. 그렇다고 해서 디커플링 현상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 안정론의 근거로 “리디커플링은 허상(decoupling is myth)”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갈수록 세계경제의 연계성이 갈수록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경제권간의 단절을 뜻하는 엄격한 의미의 디커플링이나 리디커플링 현상은 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해묵은 논쟁보다 고질적인 ‘위기론’을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해 나가는 노력이다. 이런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고 충분한 완충자본을 확보하는 일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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