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거 이탈하는 유럽계 자금…언제 다시 한국에 돌아오나?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 슈퍼 선데이 이후 ‘그렉시트(Grexit)¹’ 문제가 공식화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국내 증시도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되면서 주가 하락폭으로 본다면 스페인보다 더 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은 커다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우리 경제 부도 가능성을 알 수 있는 크레딧 디폴트 스와프(CDS) 금리나 외평채 가산금리는 작년말 수준에 비해 하락했다. 한 달 전이긴 하지만 미국의 무디스사는 우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 큰 변화가 없는 데도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유럽 금융사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과 같은 특정사건으로 마진 콜(margin call·자본부족)²을 당하면 이에 응하기 위해 디레버리지(deleverage·자산회수)³ 대상으로 어느 국가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당초 예상치 못한 사태로 금융사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외부에서 긴급자금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처분해서 응해야 한다. 전제는 보유자산을 적게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시장 상황은 위기발생국보다 위기를 피해갈 것으로 보이고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가 디레버리지 국가로 적합하다.
4년전 모기지 사태와 이번에 유럽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이 시장에 금융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그 과정에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더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과 같은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사들이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이들 국가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 뜻하지 않는 현상을 맞게 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오히려 우리 경제가 좋기 때문에 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한 일부 유럽 금융사들의 사전준비 차원에서 디레버리지(preemptive deleverage) 대상으로 우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한국 경제의 6월 위기설’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관심이 되는 것은 대거 이탈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유럽위기 성격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이 한국 등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간 자금이론이다.
특히 최근처럼 위기극복 초기에는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중시해 투자하는 시기에는 이 이론을 더 중시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m=rd-(re+e)’로 m은 외자유입액, rd는 투자대상국 기대수익률, re는 차입국 금리, e는 환율변동분을 의미한다. 즉, 투자대상국의 기대수익률이 차입국 금리와 환율변동분을 합한 것보다 높으면 투자된다.
최근 국제간 자금흐름에 있어서 금리차로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약하다. 대부분 국가들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모든 국가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려 각국 간의 금리차가 별로 크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그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더 강하다.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간의 선순환이 발생한다. 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된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 모델, 수출채산성 이론이 많이 활용된다. 우리의 경우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적정환율 수준이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환율은 1070원 내외로 파악됐다.
현재 환율이 1160∼11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환차익이 기대되는 수준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현 여건상 10억 달러 정도의 외자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은 10원 정도가 하락한다. 경상수지 등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외국인이 환차익을 기대해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100억 달러 내외의 외자가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여건하에서는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이 국내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올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환율하락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도 이제는 내수를 확대해야 되는 데다, 공급(cost push)면에서 여전히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한국 정부로서는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것은 올바른 외환정책 방향이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유럽계 자금의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것은 나중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고객의 수익을 내줘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자본확충만 된다면 자본이득과 환차익이 동시에 기대되는 한국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투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려울 때일수록 고질적인 ‘비관론’을 유포하거나 이런 정보에 쉽게 흔들리는 ‘인포 데믹(info-demic)’이나 위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 슈퍼 선데이 이후 ‘그렉시트(Grexit)¹’ 문제가 공식화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국내 증시도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되면서 주가 하락폭으로 본다면 스페인보다 더 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은 커다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우리 경제 부도 가능성을 알 수 있는 크레딧 디폴트 스와프(CDS) 금리나 외평채 가산금리는 작년말 수준에 비해 하락했다. 한 달 전이긴 하지만 미국의 무디스사는 우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 큰 변화가 없는 데도 유럽계 자금이 대거 이탈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유럽 금융사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과 같은 특정사건으로 마진 콜(margin call·자본부족)²을 당하면 이에 응하기 위해 디레버리지(deleverage·자산회수)³ 대상으로 어느 국가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당초 예상치 못한 사태로 금융사들이 마진 콜을 당하면 외부에서 긴급자금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처분해서 응해야 한다. 전제는 보유자산을 적게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시장 상황은 위기발생국보다 위기를 피해갈 것으로 보이고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가 디레버리지 국가로 적합하다.
4년전 모기지 사태와 이번에 유럽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이 시장에 금융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그 과정에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더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과 같은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사들이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이들 국가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 뜻하지 않는 현상을 맞게 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오히려 우리 경제가 좋기 때문에 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한 일부 유럽 금융사들의 사전준비 차원에서 디레버리지(preemptive deleverage) 대상으로 우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한국 경제의 6월 위기설’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관심이 되는 것은 대거 이탈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유럽위기 성격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이 한국 등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간 자금이론이다.
특히 최근처럼 위기극복 초기에는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중시해 투자하는 시기에는 이 이론을 더 중시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m=rd-(re+e)’로 m은 외자유입액, rd는 투자대상국 기대수익률, re는 차입국 금리, e는 환율변동분을 의미한다. 즉, 투자대상국의 기대수익률이 차입국 금리와 환율변동분을 합한 것보다 높으면 투자된다.
최근 국제간 자금흐름에 있어서 금리차로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약하다. 대부분 국가들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모든 국가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려 각국 간의 금리차가 별로 크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그 대신 환차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정도는 더 강하다. 투자대상국의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높으면(저평가) 환차익이 기대돼 ‘외자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추가 외자유입’ 간의 선순환이 발생한다. 반대로 낮으면(고평가) 환차손이 우려돼 ‘외자이탈->주가하락?환율상승->추가 외자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발생된다.
한 나라 통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균형 모델, 수출채산성 이론이 많이 활용된다. 우리의 경우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적정환율 수준이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환율은 1070원 내외로 파악됐다.
현재 환율이 1160∼11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환차익이 기대되는 수준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현 여건상 10억 달러 정도의 외자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은 10원 정도가 하락한다. 경상수지 등 다른 여건을 무시하고 외국인이 환차익을 기대해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투자한다면 앞으로도 100억 달러 내외의 외자가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여건하에서는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이 국내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올 수 있느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환율하락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도 이제는 내수를 확대해야 되는 데다, 공급(cost push)면에서 여전히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한국 정부로서는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것은 올바른 외환정책 방향이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유럽계 자금의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것은 나중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고객의 수익을 내줘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자본확충만 된다면 자본이득과 환차익이 동시에 기대되는 한국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투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려울 때일수록 고질적인 ‘비관론’을 유포하거나 이런 정보에 쉽게 흔들리는 ‘인포 데믹(info-demic)’이나 위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스크 데믹(risk-demic)`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