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여, 기억하라 9월의 금융위기를"

입력 2012-06-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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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트릭스`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워쇼스키 형제의 또 다른 영화 `V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서 휴고 위빙이 연기한 `V`는 이런 말을 내뱉는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5일을...화약음모사건, 그 사건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된다"

1605년 11월5일 영국 제임스 1세의 독재정치에 항거하기 위해 영국 의회의사당을 폭파시키기 위해 화약을 숨기고 들어다가 체포된 `가이 포크스`의 저항정신을 기억하라며 자유를 잃고 억압받는 시민들에게 V가 던진 말이다.

25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윅 레아방, 파비안 발렌시아 이코노미스트는 1970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147개 은행 위기를 분석한 결과 은행 위기가 하반기에 시작되는 경향이 있고 그 중에서도 9월과 12월에 나타나는 흥미로운 경향이 나타났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자료 Systemic Banking Crises Database : Update, IMF)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농업사회에서 추수를 위해 농부들이 자금을 빌리러 은행으로 몰렸던 가을이 위기로 유명한 시기였지만 후기 산업사회에서도 가을이 위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은 예상 밖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가 선거철에 생기기 쉽다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의 분석도 함께 실었다. 1982년과 1994년 멕시코, 1998년 한국, 2008년 미국, 2009년 그리스에서 선거와 위기가 같이 발생했다면서 이를 통해 금융위기가 오랫동안 쌓인 불균형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인들은 선거 뒤까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며 그리스에서 알 수 있듯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진실을 숨기기도 한다"면서 "이같은 이유 때문에 불균형은 선거 때까지 한계치로 치닫는다"고 분석했다.

2012년 러시아와 프랑스가 대통령 선거, 그리스가 두 번이나 총선을 치뤘고 멕시코는 8월에 미국은 11월에 선거를 앞두고 있고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도 연말로 예정되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을과 선거철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이번 여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잔인한 5월을 빠져나온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제 그리스 2차 총선과 스페인 은행권 구제금융, EU정상회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같은 국제적 이벤트 결과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숲보다는 나무 하나하나에 마음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가 있던 해 9월과 12월에 금융위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는 조언에도 귀기울여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9월을...금융위기는 결코 잊혀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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