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지금세계는] 일본내 한국기업 사무라이본드 열풍

입력 2012-08-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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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최근 일본 내에서 한국계 사무라이본드가 유행이라고 한다. 이렇게 유행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사무라이본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보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사무라이란 일본 무사의 상징이다. 사무라이본드는 일본의 채권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이 그 나라 통화, 즉 우리나라 원화가 아닌 일본의 엔화 표시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보통 일본에서 사무라이본드라고 한다.

어떤 회사, 어떤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기업이나 금융사가 사무라이본드를 발행는지의 발행 주체에 따라 한국계 사무라이본드, 미국계 사무라이본드로 분류한다. 일본 내에서는 최근 한국계 사무라이본드의 발행이 급증하고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계 사무라이본드를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생각한다.

국내 금융사와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 추이를 봤더니 상당히 놀랄 만한 수치였다. 2009년 이후 약 3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실제로 보면 연평균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사무라이본드 발행은 592억 엔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767억 엔 정도로 상당히 급증한 모습이었다.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상당히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국내 금융사들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이어져 지금까지 지난해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현 상태로 보면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앞으로도 일본과 한국의 금리차나 일본 투자자들의 성향 변화 등을 감안해볼 때 한국의 금융사나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은 앞으로 증가할 것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의 발행을 증가하면 다행이고 질적으로 상당히 건전하겠지만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한 국내 금융사들의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우려된다.

앵커 > 일본의 투자자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계 엔화표시 채권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본질적인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이 바뀌는 측면과 제공하는 매력도 측면이 있다. 양면을 같이 봐야 한다. 일본 투자자는 웬만하면 애국심을 발휘하고 보수적이다. 일본의 국채가 다른 나라, 심지어 미국의 국채보다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더라도 애국심을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일본의 국채를 사준 것이 과거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채권을 투자하는 일본의 부유계층들이 경기침체나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감소되는 등 소득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소득 보전 차원에서 투자자의 성향이 많이 바뀌고 있다. 보수적, 애국심 하면 일본 투자자였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것을 중시한다.

안정적이고 수익까지 투자해주는 투자 수단을 찾아보면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자금이 풍부하고 미래가 불확실해 안전자산을 선호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일본 투자자들의 성향도 변했지만 그런 안정적 수익원을 보장해줄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계 금융사나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상당히 좋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나 현대 등은 실질적으로 국가 신용등급 이상으로 상당히 좋다. 믿을만 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의 회사채보다는 한국의 사무라이 본드의 발행규모가 높다는 이야기다.

일본기업들은 일본 자체 엔화표시제로 0.7% 이표를 받는데 반해 한국기업들의 일본채권 이표는 1.7% 정도다. 2배 이상 높으니 일본기업보다 한국기업들이 믿을만 하다. 그리고 이표가 2배 이상 높다. 그러면 아무리 일본 투자자가 애국심이 높고 보수적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기업이나 금융사가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앵커 > 사무라이본드가 발행되려면 투자자들도 좋아해야 하지만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우리나라의 금융기업과 대기업들도 메리트가 있어야 발행을 하지 않겠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국내 금융사들이 참 좋아할 대목이다. 사실상 국내 자금수요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금융사나 기업이 일본에 들어가 엔화표시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일단 조달금리가 낮다. 일본에 자금을 조달할 때 1.5% 이표가 붙는다고 해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들이 한국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가 높다. 일단 일본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통한 조달금리가 상당히 비싸다.

최근에는 엔화가 유럽위기로 인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환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일본도 외국기업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수단에 의해 경기를 부양할 수 없는 상태에서 미국도 외국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일본도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주가나 채권시장의 가격이 높아질 때는 부의 효과에 대해 경기를 살리는 모습을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한국이나 금융사들의 회당 발행한도도 대폭 확대했다.

그리고 다른 어떠한 시장과 달리 일본은 여러 가지 지리적 문제와 예전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언어가 쉽다. 그러므로 낮은 조달금리,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최대한 발행한도를 크게 하며 언어가 편리하기 때문에 한국의 금융사나 기업들이 일본 내에서 우리나라 표시가 아닌 엔화 표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앵커 > 한국에서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이 워낙 인기가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끼리 과다경쟁을 해 조달금리를 오히려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사실 이것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시장에 매력이 있으면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이 그곳에서 과당경쟁을 하는 쏠림 현상 때문에 우리 금융사나 기업들이 오히려 조달금리를 높이는 모습이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에도 사무라이본드가 워낙 인기가 있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국내 금융사들이 과당경쟁을 해 오히려 조달금리를 높였다. 사실 조달금리를 낮게 받을 수 있어도 과당경쟁으로 인해 해외에서 높인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고가 그만큼 손실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점은 감독기관 등에서 한 번 정도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외자유치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는 모습에서 최근 회당 발행한도가 확대됐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공정경쟁을 해 과당경쟁에 따른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특정 시장에 인기가 있으면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이 과당경쟁을 하고 조달금리를 높여 쓸데없이 우리 국부를 손실시키는 행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앵커 > 사무라이본드를 통해 엔화 자금을 조달한 한국기업들 사이에서는 엔화환율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실질적으로 자금수요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이 점을 가장 염두에 둘 것이다. 지금 유럽위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여건과 관계 없이 엔달러환율이 78~79엔으로 엔화가 강세가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엔화표시로 자금을 조달할 때는 나중에 엔화표시로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문제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엔환율이 어떻게 되느냐, 특히 엔화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상당히 환차손이 있을 수 있고 환차익이 기대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여건을 본다면 엔달러환율의 적정 환율은 90엔 정도다. 그래서 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가 된다는 것이다. 보통 가격변수가 유럽위기에 따른 왜곡현상이 시정되어 그 나라 경제여건을 반영해 적정 수준이 된다면 지금 상태에서 사무라이본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람들은 상환기간에 의외의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유럽위기에 따라 엔화가 강세가 되다 보니 국내기업들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서 환차익을 기대해 실제 수요와 관계 없이 발행을 증가시키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앵커 > 현재 달러대비 엔화가 약세다. 강세로 돌아서서 우리가 상환할 경우 엔화자금을 많이 조달한 상황에서 번거로운 리스크가 없을까.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지난 2009~2011년에도 그랬다. 그 당시에도 엔화 약세에 대비해 사무라이본드 발행규모를 상당히 늘려왔다. 환차익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실제 자금수요와 함께 이런 자금을 많이 조달했다.

환율과 통화가치란 반드시 경제여건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이후 미국의 금융위기, 달러약세, 원화강세를 생각해 키코(KIKO)에 가입한 사람의 경우 오히려 외국자본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달러의 강세, 원화의 약세로 인해 달러당 1600원 가는 과정에서 사태로 인해 얼마큼 국가적인 외환 리스크 손실이 발생했는가.

지금도 우리나라가 만든 금융상품에 대해 우리가 법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석학이 와서 법정에 서는 아이러닉한 상황이다. 과당이란 기대대로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엔화가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뜻하지 않게 지금보다도 엔화가 강세되고 발행물량이 급증할 때는 제2의 키코사태가 우려된다.

또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는 국내 성장 잠재력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국내 고객들의 자금이 상당히 까다롭다. 금리가 싼데 일본에 가서 자금을 조달해 운영하자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기존의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로 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이 과당경쟁에 의해 우리 국부를 손실시킬 우려가 있다.

항상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에 의해 조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예상하더라도 예상이 되지 않게 환경이 돌아갈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국민들이 지는 것이다. 지금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열풍이라고 하지만 감독기관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뜻하지 않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선제적으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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