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 은행 신용평가, 형평성 vs 건전성

입력 2012-08-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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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단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금리를 높게 산정하다면 말할수 없이 억울하겠지요.

요즘 은행권의 부당한 차별이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화면으로 준비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감사원은 신한은행이 지난 2008~2011년 동안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1만4천여명의 대출을 거절했고, 17억원의 이자를 더 받아 챙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인터뷰> 임승주 감사원 감사관 (7.23)

"이번에 감사한 결과 일부 은행에서 고졸인 경우에는 신용평가시 13점을 부여하고 석박사의 경우에는 54점을 부여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해당 은행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차별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이차별 등으로 확산되어 나갔습니다.

산업은행은 내규에 대출취급 제한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명시적으로 못박았고,

다른 대부분 은행들도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여신심사 시 나이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사실상 고령자 대출을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성혜 서울 중구

“실제 우리 생활에 해당하는 일에서 그런 차별을 두는 것은 제일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돈 맡기고 제 돈 찾아 쓰는 곳인데 이런 일들이 있으면 거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요.”

인터뷰> 김종익 서울 서대문구

"사람의 소득에 따라서.. 대한민국 사람인데.. 평균적으로 다 맞춰가야지.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이자율이 적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이자율이 많고 그럼 불평등하죠."

그동안 금융권에선 자체적으로 알아서 대출조건을 산정하고 차등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습니다.

하지만 부당한 차별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들의 신용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은행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소비자들도 자신의 신용등급 결정과정을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해 취재한 김동욱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기자, 최근 신용평가에 대한 차별이 논란이 됐었는데..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지금은 조건만 충족하면 당연히 은행에서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많지만, 돈을 대출받기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도 예금이 얼마 있으니깐 수신 몇점, 카드 사용 몇점, 적금을 들고 있으니깐 몇점, 합이 몇점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때가 오히려 대출자에 대한 차별이 더 심했고, 조작도 가능해 문제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신용평가시스템, CSS를 통해 평가하기 때문에 그때보다 정교하게 이뤄집니다.

이러한 신용평가시스템 인프라 구축은 개별 은행 자체적으로는 힘들고, 신용정보회사와 힘을 합쳐서 평가 기반을 만들어야 되는데요.

국내 은행들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외국에서 시스템을 가져온 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05년 미국에서 개인신용평가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파이코 스코어’ (FICO Score)를 산정하는 ‘페어아이잭코프’사와 신용정보회사인 ‘익스피리언’사가 공동 개발한 모형을 일부 가지고 온 것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각자 거액을 들여 모형을 들여왔습니다.

현재는 개인신용정보를 은행연합회를 통해 신용평가사로 집중시키고, 다시 은행에서 연체정보를 중심으로 신평사의 개인신용평점을 참고하게 됩니다.

은행은 신평사에서 제공받은 정보를 반영해 자체 신용평점을 매긴 뒤 개인이 제공한 직장정보, 소득정보 등에 따라 각종 신용거래의 승인여부, 대출한도, 금리 등을 결정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들이 신용평가에 반영됩니까?

기자>

개인신용평가회사는 향후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할 가능성 등 신용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화해 1천점 만점으로 개인신용평점을 매깁니다.

대표적인 개인신용평가회사로는 KCB와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있는데요.

평가부문별로 활용하는 비중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KCB는 현재의 빚 수준과 신용거래기간에 더 비중을 둔다면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연체율을 40% 넘게 반영하는 등 상환이력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은행은 이들 두 회사의 정보를 둘 다 활용해 신용평가시 활용하게 됩니다.

은행들은 컨설팅 회사를 통해 비싼 돈을 주고 외국에서 가져와 각자의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내부에서도 담당 직원 몇몇만 알고 있는 등 신용평가시스템을 영업비밀로 부치고 있습니다.

앵커>

국내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며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 같은데, 이번에 왜 문제가 불거졌죠?

기자>

신한은행의 경우 바젤 II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8년 ‘학력’을 평가모형에 포함시킨 것이 이번에 문제가 됐습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국제기준에 따라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건전성 기준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우리가 생각할 때 불필요한 정보도 수집하려고 했던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은데요.

금감원도 은행의 건전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당시 학력이 추가된 신한은행의 신용평가 모형을 승인했었습니다.

최근에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금감원도 은행 업무전반의 불합리한 차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금융기관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체율 등 불량정보 위주로 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리스크관리를 위한 신용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신용평가 환경이 많이 발전해왔지만 이런 면에서는 아직 덜 성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차별 논란이 계속 불거질 경우 금융회사들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이 점점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군요.

일각에서는 차별논란에 대한 지나친 반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학력과 나이차별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형평성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어디까지를 차별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그럴 경우 금융권이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구축해온 신용평가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자칫 신용이 높은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신용이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은 한도로 대출을 받게 되면 부실율도 높아져서 그만큼 은행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A연구기관 연구원

“여러가지 다른 팩트들을 넣는 가운데 그런 게 하나의 설명력이 있을 수 있는 거라 말이에요. 돈 버는 조직이 의도적으로 학력 때문에 차별을 하겠어요? 아무리 학력이 낮아도 상환능력이 있으면 돈을 빌려주는 곳이 은행이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건 상당히 호도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구요..”

인터뷰> 시중은행 관계자

“지표가 자꾸 형평성 문제로 가서 그러한 지표의 민감성이 자꾸 떨어지면 결론적으로 실제적으로 신용이 좋아서 대출을 쓰고도 갚고 무리 없는 사람들의 신용도는 줄어질 거고 신용이 안 좋아서 민감도가 예민한 사람들은 넓어질 거고 그러면 실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사람한테 자금이 안 가겠죠.. 은행에 문제 있는 것은 나중에 디폴트가 많이 생기겠죠.”

앵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기자>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균등신용기회법’이라고 해서 인종과 피부색, 성별, 연령 등에 대한 차별금지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미국 파이코스코어의 경우 세금과 공과금, 보험료, 연금 납부 실적, 소득, 직업 유무, 심지어 소송 여부까지 취합합니다.

이럴 경우 대학생과 같이 신용거래가 많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신용평가도 가능하고, 보다 세밀한 신용평가가 가능해 ‘파이코 스코어’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인정받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9년 4대 보험정보, 전기요금 완납정보 등 공공정보를 신용평가사가 수집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들은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공을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은경 KCB 상품개발실 전문연구원

“정보가 좀 더 다양해지다 보면 불량정보,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연체정보 외에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하게 되는데 지금처럼 유통되는 정보가 제한적일 경우에는 과거에 연체를 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금융기관 이용에 많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인터뷰> 서정호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

“개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신용정보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금융회사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들이 유출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철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 부분들은 정부와 금융기관, 신용평가사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인 것 같구요.

개인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신용등급을 잘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될까요?

기자>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정보 자체가 과거의 이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연체를 하지 말아야겠구요.

공공정보 중에서도 잘 납부한 정보는 수집이 안되지만 세금체납과 과태료체납 등 연체한 정보는 수집되기 때문에 성실히 납부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능력 대비 과도한 부채 이용도 자제할 필요가 있는데요.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본인 능력보다 많이 이용하면 신용등급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부채를 과도하게 썼던 고객의 경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2금융권을 이용할 경우 신용등급이 많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용을 잘 관리하다 보면 소득이 오르거나, 이직 등의 이유로 신용여건이 좋아질 수 있겠죠.

그럴 때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먼저 금리를 잘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해야 합니다.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에는 신규거래시 활용하는 신청평점시스템 외에도 대출연장시나 금리변경 등의 결정을 할 때 활용하는 행동평점시스템이 있는데요.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면 이 행동평점시스템에 따라 심사를 거친 뒤 신용등급이 올라간 경우 대출금리를 깎아 주게 됩니다.

앵커>

은행은 누군가가 은행에 맡긴 예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브릿지, 즉 다리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은행이 대출해 주는 돈은 은행의 돈이 아니라 또다른 고객, 즉 예금자의 돈이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돈을 잘 갚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 차별대우하는 것은 은행의 횡포가 아니라 오히려 책무이고 의무입니다.

최근 불거진 은행의 안이한 영업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의 근간인 신용평가 프로세스 자체를 무력화시켜서는 안될 겁니다.

오히려 더 정교하게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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