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제일모직에 130억 배상하라"

입력 2012-08-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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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저자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해 제일모직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 3명이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22일 대구고법 제3민사부는 항소심 선거공판에서 "피고 이건희 등이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피고 이건희의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이 회장과 함께 피소된 제일모직 이사 유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합리적 경영판단은 존중되야 하지만 14억원의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139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을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볼 수 없고, 이사로서 임무를 위배한 제일모직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이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상법 관련 규정에 따라 이사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지만 피고 이건희의 경우 감액할 사정이 없어 감액하지 않는다"며 원심과 같이 13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구고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기업 회장과 그 비서실 등의 주도로 기업지배권을 2세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회사에 손해를 끼친 회사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장 교수 등 원고는 지난 2006년 4월 소송을 냈지만 이 회장과 관련한 형사재판기록의 송보와 열람을 대법원과 서울고법, 서울중앙지점 등이 잇따라 거부하는 바람에 소송을 제기한지 4년10개월만인 지난해 2월에서야 1심 선고가 이뤄졌다.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는 "피고는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제일모직에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만큼 13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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