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연애가 커다란 권력을 주는 시대

입력 2012-10-24 11:41   수정 2012-10-24 11:41

[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5화. 연애가 커다란 권력을 주는 시대

서구산업화와 이른바 근대화의 결과, 직장과 가정이 분리되고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이 구분되면서 여자는 사랑에 매달리고 남자에 기대며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는 신앙은 마치 자연법칙처럼 사람들을 지배해왔습니다. 여자에게는 사랑이 전부라고 선언하는 깃발이 지금도 도처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여자라면 남자의 보호를 받으며 남자들을 뒷바라지하고 세상에 지친 남자를 다독이면서 가정을 지켜나가라’고 은연중에 배웠던 기억이 혹시 없으신가요. 19세기 역사학자 쥘미슐레는 이런 글을 써서 당시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성별 이분법이 소의 코뚜레처럼 갑갑하고 몸서리치게 싫은 여자들은 역사상 늘 있었습니다. 여자들이 왜 이처럼 남자에게 기대고 남성중심적으로 살아야 했는지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여성운동이 일어난 이후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사회경제 구조적 이유가 가장 큽니다. 세상이 남성중심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돈과 지위를 얻으려면 남자를 통해야만 했거든요. 남자들이 세상을 얻고자 자신과 싸우고 남들과 엉키면서 나아가는 반면, ‘여자의 적은 여자’ 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자들은 남자를 두고 여자와 싸울 수밖에 없었죠.

여자들이 스스로 삶을 열어가기 힘든 남성중심사회이다 보니, 여자들은 몸소 뭔가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기보다 남자의 인생에 자신을 맡기고 남자들 뒤치다꺼리하는데 족하며 살았죠. 또 사회는 여자가 관계 맺고 있는 남자들,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여자를 평가했고요.

요즘도 아줌마들이 남편 승진과 아이 대학에 치맛바람을 날리는 것은, 따지고 보면 남편이나 자식이 어떠냐에 따라 여자의 가치가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내 남자의 능력이 바로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드물지 않죠.

마르크스의 단짝이었던 엥겔스는『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에서 모권사회였던 인류사회가 가부장사회로 바뀐 걸 두고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라고 썼습니다. 남성지배사회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예뻐 보여야 합니다.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여자의 눈이 아닌 남자의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죠. 길거리에서 남자는 여자를 보고 여자도 여자를 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오늘날 사회는 나름대로 성 평등을 이루었는데,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으며 굳이 남자에게 기대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는 여건이 갖춰졌는데, 어째서 여전히 많은 여자는 자신의 꿈이나 삶보다 ‘남자’와 ‘외모 가꾸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일까요? 남자에 기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와 ‘외모 가꾸기’는 여전히 다른 가치들 을 제치고 여자의 삶을 결정짓는 2대요소입니다.

그런가 하면 남자들도‘연애’와‘여자’에 모든 걸 바치며 이를 인생의 으뜸가는 가치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남자들 역시 다른 것은 눈에 차지 않죠. 오로지‘괜찮은 여자와 연애하다 결혼하여 잘사는 일’이 꿈이 되었을 만큼, 사랑은 이 시대를 가로지르는 화두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낭만화 된 것일까요?

인간은 자신의 기운을 남들과 나누고 세상에 쏟으며, 수많은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얼키설키 살아갑니다. 남들과 어울리며 살 때 여러 감정이 생기고 여러 규범도 생겨나는데, 오늘날엔 ‘연애와 사랑’이 가장 커다란 권력을 가지죠. 충, 우애, 우정, 효, 신의, 정의, 자유, 평등, 성공 등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사랑만큼 중시되진 않습니다. 그 아무리 많은 걸 얻었다 하더라도 사랑을 하지 않고 있다면 모든 게 허망하다고 느끼니까요.

사랑은 언제나 어느 시절에나 중요했지만 오늘날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들불처럼 번진 이 사랑의 열병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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