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관계…키즈카페와 친구 그리고 우정

입력 2013-01-04 11:16   수정 2013-01-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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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8편. 또래관계…키즈카페와 친구 그리고 우정

키즈카페와 또래관계

유아교육을 공부한 사람답게 내 주변에는 이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친구이자 동료인 사람들과 한국의 유아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단어가 ‘키즈카페’이다. 키즈카페는 아이들과 카페의 합성어로서 엄마와 아이들의 입맛에 맞춘 메뉴를 구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때론 놀이 선생님이 함께 놀이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도심의 실내 놀이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늘어 가는 키즈카페를 보고 있으면 엄마들은 참 편리하겠다 라는 마음과 함께 마음 한 구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이 자꾸만 불쑥불쑥 올라온다. 이 이상한 기분은 아마도 ‘도심이 날로 복잡해져 가면서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구나, 놀이터를 돈을 내고 이용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동료로부터 이유는 다르지만 키즈카페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보았을 이름 ‘삐뽀삐뽀 119’라는 책의 저자 이자 청소년 소아과 의사인 하정훈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생님은 얼마 전 강연에서 키즈카페에 대해 언급하며 엄마들에게 제발 아이들 부킹 좀 시키지 말라고 이야기 하셨단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많이 웃었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키즈카페에서 놀이하던 아들과 그 친구를 보면서 속상했다는 이야기도 떠오르면서 말이다. 아들의 단짝 친구가 새로운 친구에게 가자 아들은 이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는지 친구에게 가서 자기와 놀자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지인은 아들에게 가서 친구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놀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너무나 정확하고 맞는 말인데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아들이 얼마나 속상할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다음엔 또래 관계는 어른들이 조절하고 정리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니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일반적인 카페보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어린이를 배려한 공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유행처럼 새로 생기거나 리모델링한 키즈카페를 자녀를 위해 반드시 방문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사실 카페는 아이들보다 성인들이 편하게 담소를 나누기 위한 공간이니 말이다.

또래관계의 또 다른 이름: 친구 그리고 우정

‘관계’의 사전적인 의미는 ‘둘 또는 여러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얽혀 있음, 연관이 되거나 영향을 미치다’이다. 말하자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관계’인 것이다. 제목을 또래 관계라고 명명했지만, 사실 관계라는 것은 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쉽지 않은 이슈같다. 주변에서 어떻게 해줄 수가 없고, 약간의 조언을 바탕으로 스스로 헤쳐가야만 한다는 점 또한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관계맺음에 대한 경험이 적고 또 그 만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아기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우린 아이들이 맺어야 하는 관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친구와의 즐거운 경험뿐 아니라 갈등 상황을 해소함으로서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경험은 한 개인으로서 경험해야하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과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겪게 되면서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앞으로 살아갈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변수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어떤 관계 안에서 갈등을 경험했거나 혹은 현재 경험하고 있다면 우리는 ‘친구’라고 불리우는 ‘낯선 또래, 같은 반 친구, 옆집 아이, 놀이터에서 자주 보는 아이’와의 만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언제나 좋을 수 만은 없는 사람 관계에서 우리 아이 혹은 우리 반의 아이들은 어떤 깊이 있는 만남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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