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위기 후보지…신흥국 상품시장? 민간부채?

입력 2013-02-04 07:38   수정 2013-02-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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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어느 덧 올해로 어 5년째를 맞았다. 투자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는 다시 기억하기조차 싫은 암울한 시기였다.

현재 금융위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외화 유동성과 주가 등 금융변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리먼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점을 들어 위기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점을 들어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논란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극복경로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특정국의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경기 위기’순으로 거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이 순서대로 부족한 유동성을 극복하고 위기를 낳게 한 체질을 개선하면 자연스럽게 실물부문에 자금이 들어가 경기가 회복하게 된다.



‘위기극복 3단계론’으로 볼 때 현 시점에서 국가가 관장하는 유동성 위기는 극복됐으나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고 실물경기를 회복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극복 과제는 벌써부터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정책당국이 관장해야 할 단계는 지난 상황이다.

금융위기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위기를 낳게 한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시스템을 마련하는 두 번째 금융시스템 정비단계도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돼 왔다. 위기 이후 모든 금융활동에 준거의 틀이 될 미국의 금융개혁법이 추진된 데다 다른 국가들도 독자적으로 금융시스템을 개혁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부실자산 처리를 통해 금융 중개기능을 복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병행해 나감에 따라 글로벌 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도 위기 직후 극단적인 비관적 전망이 잇달아 나왔고, 위기극복 과정에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비교적 순조로운 흐름이 전개돼 왔다.

이 때문에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위해서는 국별로는 위기극복이 부진한 국가들의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우선적 과제다. 위기극복이 빠른 국가들도 재정절벽과 인플레이션 등과 같은 ‘애프터 클라이시스(after crisis)’ 혹은 `애프터 쇼크(after shock)`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 남아있다. 이 과제 해결이 늦어지면 ‘주기론’에 따라 또다시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

현재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 유럽, 중국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최악의 상황을 지나 위기과정에서 퇴장됐던 유동성도 시중에 방출되고 있다.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비 비율도 10배 내외로 회복됐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선진국에서 잇달아 악재들이 터져 나오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이다. 2012년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글로벌 유동성은 약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이 같은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다. 차기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이미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 금융감독 등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화제가 됐던 ‘JP모건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탐욕과 공포의 줄 달리기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또 다른 버블이 형성되고, 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은 위기를 맞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차기 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민스키 모델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도를 넘어 탐욕수준으로 변질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변하면서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돼 결국은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대표적으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10월 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 등과 같은 10년 주기설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금융위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JP모건은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을 종합해 볼 때 차기 금융위기는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에서 발생했던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10년이 넘으면서 신흥국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져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거품징후가 뚜렷한 상품시장과 위험수위를 넘은 민간부채로 지목돼 왔다. 이중 상품시장은 1999년 이후 13년 동안 지속돼 왔던 ‘슈퍼 사이클’ 국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원자재 확보 전략이 위안화 국제화 전략으로 바뀌는 데다 위기재발 방지차원에서 선물환 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 신흥국들의 민간부채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많아졌다. HSBC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들의 대출규모는 국민소득(GDP)에 대비해 104%에 달한다. 금융위기 직전의 82%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너무 빨리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 미국 등 선진국들이 디레버리지로 민간부채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대비가 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어떤 위기가 올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단기 통화방어능력, 중장기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과 국내저축능력, 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 등으로 파악하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볼 때 동유럽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높게 나오지 않는다. PER(기업수익대비 주가비율) 등 증시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도 이머징 마켓의 주가는 적정수준보다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의 과도한 민간부채로 당장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에 몰리고 있다. 이 자금도 대부분이 매수에 치중(long-only)하는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열양상을 보여주는 증표라 볼 수 있다. 각종 위기판단 지표로 볼 때 아직까지 위기가 발생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은 두 가지 각도에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하나는 외국자금의 과도한 유입과 어느 시점에서 순식간에 빠져 나가는 ‘서든 스톱’ 가능성에 동시에 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자국 내에서 민간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대출을 억제해 나가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을 때에는 아시아 신흥국들은 과도한 민간부채에 시달리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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