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박찬호의 도전을 따라가다

입력 2013-03-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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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최초의 동양인 투수로 124승을 이뤄낸 박찬호의 평전이 처음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국내 최고의 야구전문기자로 손꼽히는 민훈기 기자가 박찬호의 야구 인생에서 의미가 깊은 승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리그 투수의 여정을 따라간 책이다. 스포츠지 사상 첫 해외 상주 특파원을 지낸 민 기자는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박찬호와 코리안 빅리거 관련 전담기자로 활동했다.



저자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입성부터 2004년까지 만 14년간 박찬호의 124승 현장 대부분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때로는 마음 든든한 친구로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조언자로 지금까지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박찬호에 대한 평전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박찬호의 소중한 경기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우리들의 야구영웅 박찬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찬호가 LA다저스와 계약할 당시만 해도 현지에서는 명문 구단 다저스가 왜 어린 동양 투수와 거액의 계약을 했는지 호기심 반, 의아심 반의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18일 만에 더블A로 강등된다. 좌절감에 포기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남다른 의지와 목표 의식으로 그 시기를 견뎌냈다. 이후 박찬호는 1996년 4월7일에 시카고를 상대로 거둔 첫 승리를 시작으로 15년간 총 124번의 승리를 거둔다.

이 책은 단순히 박찬호의 승리의 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 숱한 역경과 부상과 부진을 딛고 일서서 124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고난과 좌절의 시간을 견뎌낸 인간 박찬호의 모습도 담았다. LA다저스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입단한 뒤에 계속되는 부상으로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이른바 `먹튀`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면서도 그는 단 한 순간도 야구를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모두가 끝났다고 질타할 때도 쉬지 않고 묵묵히 공을 던졌다.

IMF로 고생하던 1990년대 말, 국민들은 박찬호의 경기를 보며 희망과 즐거움을 얻었고 그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박찬호의 1승이 우리의 1승이었던 시절, 그는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위로와 꿈이 되어준 선수였다. 그러나 등판 다음 날 실핏줄이 터진 어깨를 얼음으로 감싸거나 아픈 허벅지를 압박 붕대로 칭칭 감은 그의 모습을 떠올려본 팬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등판한 다음 날조차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홀로 운동장을 끝없이 달린 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녹초가 될 때까지 했다는 것도 말이다.

우리는 박찬호가 야구를 통해 쌓고 누린 명성과 부와 여러 혜택을 봐왔지만 그가 허벅지 사이즈 28의 하체를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면서 쉴 새 없이 달렸는지 잘 보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160킬로미터에 가까운 강속도를 던지면서 거구의 메이저리거들을 삼진으로 잡는 통쾌한 모습에 열광했지만 그런 공을 던지느라 하도 이를 악물어 나중에는 마우스피스를 끼지 않으면 이가 시려 공을 던지지 못할 정도가 됐다는 건 잘 알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476경기 출전, 287번의 선발 등판, 124번 승리했고 98번 패했다. 1,993이닝을 던지면서 8,714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안타 1,872개를 허용했으며, 1,715개의 삼진을 빼앗았고, 910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박찬호.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기록 중 어느 것은 소중하고 어느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은퇴한 지금, 그가 던진 공 하나하나는 이미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할 역사가 되었다. 그는 정말 멀고도 험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한결같이 진군대 `메이저기르 124승`이라는 동양 투수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LA다저스 입단식 당시 "꼭 훌륭한 메이저리거가 되겠습니다"라며 온 국민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이 책은 그 의미 있는 기록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만, 한편으로 그가 걸었던 험로의 숨겨진 노력과 땀과 아픔의 기록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면서 특히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과 또 다른 희망과 꿈을 지난 사람들에게 커다란 귀감을 준다. 이제 `야구선수 박찬호`의 시대는 찬란한 기록과 업적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우리 모두에게 야구는 물론 인생에서 꿈과 희망과 목표에 대한 이정표를 보여준 박찬호. 이 책은 승리한 자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온전하게 패배할 줄 아는 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동시에 박찬호의 길고 위대한 도전에 함께했던 우리 모두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승리와 패배의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가 전하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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