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배우 신하균을 실제로 만나 보면 그 `별 취미 없음`, `재미 없고 변화 없음`을 주장하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는 늘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인기에도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러나 `연기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그에게 열광하는 여성 팬 또한 만만찮게 늘어난 배우 또한 신하균이다. 나른해 보이는 현실 속 모습과 달리 배우로서는 직업에 부끄럽지 않게 새로운 모습을 늘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맨몸 액션에 도전했다. 4월 4일 개봉을 앞둔 질주 액션 `런닝맨`이다. `런닝맨`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신하균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4월 4일에는 이민정과 함께한 그의 새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도 시작하기에, 그 이야기 또한 조금 들을 수 있었다.
▲"힘들게 찍은 게 편집되면 화났을 것"
`런닝맨`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하균의 `원톱` 영화다. 본격 액션영화인 이 작품에서 힘들게 액션을 하는 사람은 주연인 신하균 혼자뿐이다. 그것도 `아저씨`의 원빈처럼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아니라, 넘어지고 내던져지면서 줄곧 도망치는 모습이다. 신하균은 "다시는 액션을 하고 싶지 않지만, 만일 한다면 가만히 서서 몇 방만 휘두르면 다들 쓰러지는 그런 멋있는 역을 하고 싶다. 이런 것 말고"라고 웃었다.
영화를 보면 과연 대역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신하균의 얼굴이 계속 등장한다. 대역 문제를 묻자 그는 "보면 알겠지만 내 생각보다 대역의 분량이 매우 적었다"며 "80~90%는 직접 했다"고 답했다. "정말 위험하고 어려운 장면, 그러니까 적에게 내던져져서 유리창 깨고 나가떨어지는 장면이나 카 체이싱 장면 같은 것만 전문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았어요."
촬영현장에 가서야 대역이 아닌 본인이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 적이 많았다며 한숨을 내쉬던 신하균은 "다행히 힘들게 찍은 장면들은 편집된 게 없다"며 웃었다. " 이 영화는 액션이 많이 편집됐다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은 작품인데,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무서웠고 죽어라고 했는데 별로 안 힘들어 보이는 장면을 보면 좀 억울하기도 하고 그래요."
▲신하균이 말하는 `연기의 신`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자신이 가진 연기력을 최대한 펼치려고 노력했다. 능청맞지만 속마음을 잘 말하지 못하고, 가슴 속은 따뜻한 `런닝맨`의 종우 역할에서 어색한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야기는 `연기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흘러갔다. 그는 "내 별명이 `연기의 신`이라니, 민망하게 생각한다. 촬영할 것 생각하면 머리가 다 아프다"며 특유의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화에도 연기자만이 알 수 있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요. 관객은 확 눈치채지 못하지만, 뭔가 좀 더 내가 집중했다면 더 좋은 연기를 찾아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그 때 너무 대사 톤이 높거나 낮지 않았나, 다른 뉘앙스를 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요. 내가 좀 더 집중했다면..."
그럼 그의 직업인 연기에 집중하는 것을 가장 방해하는 게 뭘까. 신하균은 "개인적인 나태"라고 답했다. "사람이니까, 생각의 끈을 놔 버리는 순간이 생겨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되거든요. 진정 `연기의 신`이라고 할 만한 선배들은 공통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한 순간도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겠죠. 저도 갈 길이 멀어요."
▲달달한 로맨스는 어려워..."살갑지 않아요"
신하균은 `런닝맨` 개봉일과 같은 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될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선보이게 된다. 그가 "다시는 안 하고 싶다"고 한 맨몸 액션과 `달달한` 로맨스 연기 중 어떤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지를 물었다. 그는 "내가 그렇게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닭살 돋는` 코멘트나 행동을 잘 못한다"고 답했다.
"제가 `말발`이 좀 없어요. 이번 드라마에도 닭살돋는 부분이 물론 있긴 한데, 제 역할이 그렇게 달달한 인물은 아니어서 다행히 대놓고 로맨틱하게 뭔가 하지는 않아요." 물론 노력할 각오는 돼 있다고 한다.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 손발이 없어질 정도로 오그라들어서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하긴 하겠죠."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역시 결혼에 관련된 것이라고. "결혼할 마음이 드는 상대가 나타나야 하는데, 대체 언제가 될지 정말 모르겠네요." 그가 `좋은 신랑감`인지를 간파하기 위해 신하균의 일상 생활을 들어 보면 평범한 대한민국 `상남자`가 떠오른다. "술 마시고, 음악 듣고, 조립식 장난감 만드는 걸 좋아해서 종종 하고요. 누가 부르면 나가고, 부르지 않으면 안 나가요. 집안일은 기분 내키면 하기도 해요. 요리나 청소를 해 본 적도 있지만, 안 내키면 안 하죠. 하하."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마음과 달리 아직도 살갑지 못한 아들이라는 신하균은 "만일 훗날 아빠가 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네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기란 힘드네요. 나도 `런닝맨`처럼 어떤 큰 사건을 겪어야 좀 더 살가워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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