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③ 너 자신을 알라!

입력 2013-04-2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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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현의 ‘펀드노트’] ③ 너 자신을 알라!

그동안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모두 할애하고도 다 마치지 못할 만큼 장황하고 길었던 펀드가입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것이라고 한다. 펀드가입자 중 가장 흔한 ‘월 10만 원 적립식펀드’를 가입하기 위해서 무려 50~80쪽 안팎의 투자설명서를 1시간 넘게 모두 읽고 설명 들어야 했으니 설명하는 사람이나 이를 듣는 사람 모두 지쳐나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바쁜 일선 금융창구에서는 소액 펀드가입자를 홀대하게 되고 투자자를 마음 먹은 사람도 구지 펀드를 선택하기를 꺼렸다. 한마디로 “쥐 잡는데 소 잡은 칼”을 쓴 격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에서 시행한 ‘표준투자권유준칙’에 근거한 절차지만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이어서 효과 없이 불편하기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펀드시장이 과열되고 불완전판매가 지나치게 만연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절차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무리한 점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꼭 필요한 부분을 정리한 8쪽 안팎의 간이 설명서를 읽는 것으로 대체한다니 다행이라 여겨진다.

“너 자신을 알라!!”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으면 우선 자신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본인 마음의 움직임을 알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 깨닫는 것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투자자의 돈을 노리고, 투자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시장을 이겨 돈을 벌려고 한다.

그래서 실전투자시장에서 투자자들 서로는 잠재적 경쟁자들이다. 필연적으로 경쟁을 벌릴 수밖에 없는 투자시장에서 서로의 이익 창출을 위한 노력은 불가피하다. 투자는 전쟁이다. 능력이 부족하고 허황한 사람이 시장에 들어와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저히 제로섬(Zero -Sum. 게임이론에서 게임에 참여하는 각자가 무차별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이들의 이득과 손실을 합해보면 결국 “0”이 된다는 개념)에 근거해 경쟁하는 곳이 투자시장이다. 스스로의 능력과 성향을 모르면 자신에게 맞는 투자전략을 세울 수 없고 급변하는 변동성을 참아내기 어렵다.

사람은 각자 타고난 운명과 능력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같은 시기에 같은 투자를 하더라도 성과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각자의 조건이 다른 만큼 투자방법도 달라야하고 선택하는 투자 상품도 달라야한다. 성공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잣대가 명확해야한다.

투자과정에서 겪게 되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와 불가항력적인 요인들에 맞서 투자를 이어가려면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정도를 확실히 알아야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손절매 원칙을 지킬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감안하지 않고 무모하게 달려들었다가 실패하면 자신의 능력으로 헤어나지 못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펀드가입 절차가 간소화 되는 것이 `암호문`같은 투자 설명서를 만드는 펀드 회사들에게 면죄부가 돼서는 곤란하다. 위험고지라던가 펀드수익구조와 같은 펀드 운용의 핵심사항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투자 상품 권유와 포트폴리오 구성에 관한 절차는 짧고도 분명해야 한다.

가입절차의 간소화가 투자자 보호의 취지를 약화시키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판매직원의 권유에 의해서 무조건 가입하는 소극적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묻고 가입하는 지혜로운 투자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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