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시각…제2의 도약방안은?

입력 2013-05-06 11:02   수정 2013-05-06 11:03

올 들어 세계 경제에서 ‘트리플’이라는 용어가 붙여진 불명예로 곤혹을 치르는 두 국가가 있다. 한 국가는 경기 면에서 ‘트리플 딥’이 우려돼 왔던 영국과, 또 다른 국가는 증시와 부동산, 경기 면에서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한국이다. 다행히 영국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함에 따라 일단 ‘트리플 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도가 가장 심한 부동산의 경우 미국의 집값 회복세는 빨라지는 추세다.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 선진국의 집값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은 거품을 우려할 정도이고, 중국은 마침내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은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선진국과 신흥국 주가는 각각 8% 정도 올랐다. 특히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14000 도달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작년말 수준에 맴돌고 있다. 오히려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자동차, 전자 등 대표업종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주가 수준은 훨씬 낮다.

경기는 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 1인당 소득이 22000달러대 적정 성장률인 4∼5%대에 비해 턱없이 낮아 ‘조로화’와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따라 이제는 100엔이 가시권에 들어온 엔저 피해가 이런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근 들어 월가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앞으로 한국에 투자할 때 예상되는 ‘false dawn(가짜 새벽, 혹자는 잘못된 새벽으로 번역하는 사람도 있음)’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는 점이다.

‘가짜 새벽’이란 올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9%로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은 통계기법상 ‘기저 효과(base effect)’ 등에 따른 일종의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착시 현상만 제거된다면 한국 경제가 2분기 이후 다시 어려워지고, 투자 수익률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예측기관의 경우 올해 성장률을 2% 내외까지 내려 잡고 있다. 현재 잠재성장률이 3.7%인 점을 감안하면 소득 갭(GDP gap, 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 상으로 1% 포인트 이상 디플레 갭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경기순환 상으로 ‘더블 딥’, 지속 성장 여부와 관련해 `냄비 속 개구리(boiled frog syndrome)` 등 각종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종전의 디커플링 현상은 선진권과 신흥권 간에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우리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외톨이 현상이다. 유럽 위기 등이 글로벌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우리 내부요인에 비롯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당국자와 정치권이 ‘대외요인 탓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회피성 잘못된 판단이다.

우리 내부요인 가운데 북한 문제는 아직까지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돼 왔지만 외국인 움직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 우리 국민들도 많이 성숙해져 북한 사태에 따라 흔들이는 ‘인포 데믹(information+epidemic간 합성어)’ 현상은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의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소극적인 정책요인과 이를 제때에 결정하고 집행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권에서 비롯되고 있다. 6년 전 미국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당해 깊은 나락으로 추락만 하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빅 스텝 금리인하(big step·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서너 단계씩 인하)과 헬리콥터 밴식 돈 푸는 정책을 추진했다.

뒤늦긴 했지만 유럽과 일본도 미국의 정책을 따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취임 이후 성장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럽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도 아베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발권력을 동원한 엔저 정책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모처럼 경제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우리 정책당국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특히 통화당국이 그렇다. 우리처럼 대외환경이 크게 의존하는 국가에서 금융위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든 돈을 푸는데 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최소한 다른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갈 정도로 경제를 안정시킨 이후 그 때가서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해도 된다.

재정정책도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건전화에 너무 신경을 섰다. 소득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3% 내외로 재정지출에 여유가 있었던 여건에서는 위기에 따라 충격이 예상된다면 재정정책은 적극적으로 운영했어야 했다. 설령 재정적자가 커진다 하더라도 미래 세대들의 재원을 당겨 써 세대 간 균형을 유지하면 별다른 무리가 없다.

정치권도 발목을 잡았다. 트리플 디커플링이 나타날 정도로 외톨이 현상이 발생하면 정책과 이를 집행할 책임자를 빨리 결정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치권이 난맥상을 보이고, 중요한 때 새 정부의 손발을 묶어 놓으면 정책 타이밍을 잃게 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다시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더블 딥’이 우려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좀비 국면’으로 빠지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북돋기 위해 ‘한국판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뉴딜 정책이란 1930년대의 혹독한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즈 벨트(Franklin D. Roosevelt)가 추진했던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1930년대 미국경기는 유효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급락하는 디플레이션과 대규모 실업사태로 대변되는 대공황 국면을 겪었다.

한 나라의 경기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정지출을 통해 부족한 유효수요를 보전해 줘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본 것이 케인즈의 구상이자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첫 작품이 뉴딜 정책이었다. 최소한 1970년대까지 케인즈 이론에 의한 정책처방은 경기대책으로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경기는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띠었다. 이 상황에 직면해 케인즈 이론이 한계를 보이자 등장한 것이 ‘레이거노닉스(Reaganomics)’다. 이 이론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수요보다 공급측면이 강조돼야 하며, 이를 위해 조세체계를 개편하고 정부 개입은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래퍼(Arthur B. Laffer)다. 래퍼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높을 때에는 오히려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창의력을 높여 경기와 세수가 동시에 회복될 수 있다는 이른바 ‘래퍼 효과(Laffer Effect)’를 강조했다.

레이거노믹스의 본질은 정부가 미리 짜여진 수요에 맞춰 경기를 부양하는 뉴딜정책과 달리 경제주체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게 갖고 잃어버린 활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의존하기 보다는 감세와 규제완화, 기업중시 정책 등을 권고했다.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금리를 내리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임금은 그 어느 국가보다 하방 경직적이다. 얼핏 보기에는 케인즈적인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단순히 유효수요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도적 틀이 자주 바뀌고 경기진단과 처방을 놓고 부처 간의 갈등이 심화돼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큰 요인이다.

이 때문에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 가릴 것없이 복합 처방이 필요한 때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정책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에서 부양책을 내놓고, 다른 한편에서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꺾어 놓는 역행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확한 경기진단과 정책처방이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정치인과 경제 각료를 기대하기보다 늦더라도 시장과 경제주체에게 맡겨놓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이라고 비꼬는 시각을 주목해야 한다. 정치인과 경제 각료들은 ‘마라도나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이 효과는 월드컵 영웅인 마라도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 수비수가 미래 예측해 행동하면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겨 정작 골을 넣기가 쉬었다는데서 착안된 용어다.

정치인과 경제 각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를 복합 처방하고 국민들이 알아서 행동하면 현안을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현대판 카산드라 콤플렉스인 ‘미네르바 신드롬(Minerva syndrome)’이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각종 위기론을 퍼트려 세상을 어지럽게 해 결국은 자살하는 저주의 신이다. 모두 합심해 ‘가짜 새벽’을 ‘진짜 새벽’으로 바꾸어놓으면 우리 경제는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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