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KB금융을 흔드는가?

김민수 기자

입력 2013-06-03 13:43   수정 2013-06-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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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도 능력,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 할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주말 던진 한마디가 또 다시 관치금융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저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변명한다고 해도, 그 시점이 부적절하고 무엇보다 금융위원장이란 자리가 너무 무겁다. 무엇보다 이제는 KB금융 내부출신이 회장을 맡을 때가 됐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던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신 위원장의 발언 이틀 후인 바로 오늘, KB금융은 신제윤 위원장의 관료 선배인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을 비롯한 내·외부 인사 4명을 회장 후보로 뽑았다. 당장 이번 주 안으로 회장을 결정한다고 한다. 당연히 회추위 위원들의 머릿속에는 금융위원장의 명백한(?) 지원사격이 계속해서 멤돌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갈수록 힘이 세지는 금융위원장 눈 밖에 나는 건 위원들 개인으로도 또 회사 전체로도 이로울 것이 없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KB금융이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말로 많고 탈도 많았던 KB금융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한마디 거들어주면서 KB금융은 또 다시 외풍이 흔들리는 조직이 됐다. 이제는 누가 회장이 되도 설득력이 없어졌다. 임영록 사장이 회장이 되면 관치금융의 산물로 기억될 것이고, 내부 출신이 되면 금융위원장의 뜻을 거스른 꼴이 된다. 모양새는 이래도 저래도 않좋다. 또 다시 밖의 눈치를 보느라 일을 못하는 회장이 되게 생겼다.

신 위원장은 관료 출신의 전문성 있는 회장을 얘기하면서, 미 재무부 장관 출신의 로버트 루빈 전 씨티그룹 회장을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신제윤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로버트 루빈이 미국 골드만삭스에서 30년을 일하면서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가? 주식ㆍ채권투자에서 10년 연속 최고수익율을 올린 월가의 신화라는 것을 아는가? 이래도 로버트 루빈이 관료출신인가?

그래도 관료출신이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나라에 금융지주 회장이 될 만한 이런 관료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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