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논쟁‥주요국 통화정책에 영향"

입력 2013-06-12 09:39  

출발 증시특급 1부 - 머니인사이트
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다른 투수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정부의 재정이었다. 은행의 부도, 대량 실업,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주요 국가의 재정상황이 나빠지게 되고 미국의 경우 2011년 8월 AAA 등급을 상실하게 됐다.
뒤이어 구원등판을 한 것이 중앙은행이다. 미국의 연준이 제로금리나 양적완화 정책을 들고 나왔고 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비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유사한 조치들이 유럽 재정위기에도 사용이 됐고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를 지원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양적, 질적완화 정책이 정점을 찍게 됐다. 만약 미국,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제대로 된 출구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었던 금리가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금리 상승은 경기가 안정되거나 회복되는 상황에서 자금이 적절하게 순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의 초저금리가 비정상적이었다.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출구전략은 시장을 혼란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초저금리 상황에서 정상적인 금리 상황으로 돌아갈 테니 시장은 이런 것을 대비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유럽중앙은행의 드라기 총재가 얼마 전 정책 금리를 0.5%로 동결하면서 했던 말을 떠올려 보자. 유로존 경제활동은 다소 느리더라도 올해 안정을 되찾고 회복될 것이라며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ECB는 계속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을 쓰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지난번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때 시장에 던진 화두 중 하나는 마이너스 금리였다. 시중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게 한 것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카드를 제시하며 시장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면서 시장을 길들이고 있다.
채권시장은 이미 이러한 정책 시그널에 맞춰 금리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독일 국채수익률을 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춘 시점부터 오히려 상승세로 반전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금리 상승보다 뒤늦게 오는 반응이다.
일본중앙은행의 행보가 미국, 유럽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스킬에 있어 노련미가 떨어지는 것 같다. 어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정책결정 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일본 국채수익률의 변동성이 너무 커지니 고정금리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달라는 시장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이 만기 1년을 기준으로 0.1%의 아주 저금리로 시중은행에 빌려주던 돈이 있었는데 시장에서 이 만기를 2년 정도로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들어주지는 않았다. 중앙은행은 시장이 요구한다고 다 들어줄 수 없다. 문제는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국채수익률은 구로다 총재가 취임한 이후와 양적, 질적완화라고 명명한 통화정책을 시행한 이후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왜냐하면 물가를 2년 내에 2%로 만들면서 동시에 금리는 0.7, 0.8%를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정책적인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 자신도 시장의 금리인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직접 했다. 그러면서도 금리는 낮게 유지하겠다는 엇갈린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이 오고 있다.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인지, 채권을 팔라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 또 이렇게 되면 금리가 상승하게 될 텐데 그러면 엔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린다. 도대체 일본은행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시장 참가자들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중앙은행이 글로벌 마켓에서 문제아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인적으로 중앙은행 총재들의 성적은 드라기 총재가 A+, 버냉키 의장이 A-, 구로다 총재는 B- 정도로 본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가 조이는 행위 자체가 사실 전부 국가경제의 비용이다. 돈을 직접 쓰지 않고 윤전기를 돌리지 않고 경제주체들의 마음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은데 드라기 총재의 경우 그리스 위기, 스페인 사태, 이탈리아 쪽으로 문제가 점화될 때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코멘트 하나로 시장을 잠재웠다. 돈을 쓰지 않고도 금리를 안정시키는 노련한 플레이를 보인 것이다.
버냉키 의장, 연준의 경우 일종의 팀플레이를 한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나타나 자유롭게 대중연설을 하게 하고 시장이 너무 위축되어 있다 싶을 때는 비둘기파의 코멘트가 부각되게 한다. 반대로 너무 앞서 나간다 싶으면 매파가 나타나 서로 조율을 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매파 진영에 있는 사람이 비둘기파 진영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블라드 총재가 매파이지만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한 것도 시장 상황에 맞는 코멘트를 한 것이다. 연준의 FOMC 회의가 18, 19일에 예정되어 있는데 매파와 비둘기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버냉키 자신은 심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준 입장은 분명하다. 양적완화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는데 그 규모를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다. 만약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연준도 드디어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돈줄을 조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늘릴 수 있다는 것을 같이 가지고 가면서 안전판 역할을 하게 만든다. 양적완화가 축소된다는 스케쥴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수익률도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굉장히 유사한 루트를 따라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답답한 입장일 것이다. 여론에 밀려 지난달 금리를 낮추기는 했는데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또 김중수 총재가 얼마 전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시장의 변동성을 굉장히 크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 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같이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논평을 했다.
사실 그런 논평 뒤에 한국은행은 그렇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정책으로 대비를 하겠다는 발언이 따라가 줬어야 한다. 국제자금의 움직임은 벌써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의 루피화도 급락을 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22억 달러가 축소됐다.
이머징 마켓 국가인 호주, 브라질 등 거의 대부분의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국가들과 달리 양적완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혜택을 보지 못한, 디커플링 상태에 있는 나라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속된 말로 왕따인 것이다.
왕따는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혼이 난다면 그 분풀이가 왕따에게 오기도 한다. 우리 상황이 지금 그렇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주요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도 강하게 가야 한다. 브라질의 경우 6%나 하던 토빈세를 아예 폐지했다.
이런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이나 투자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를 따라간다면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고정금리로 장기 대출을 미리 받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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