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귀신보다 더 무서운건 '사람'(숨바꼭질)

입력 2013-08-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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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 제작비 많지 않아요. 하지만 시나리오는 정말 탄탄합니다.”



2009년 말, 서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 초인종 옆에 수상한 표식을 발견했다는 주민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하는 사건이 발생됐다. 이 뿐만 아니라 2010년 중국 상하이, 지난해 벨기에에서도 발견되며 ‘도시 괴담’ ‘초인종 괴담’ ‘숨바꼭질 괴담’으로 불리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허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숨바꼭질’(허정 감독, 스튜디오 드림캡쳐 제작)은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겪어봤거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모티브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이 작품은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느 날 형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된 성수는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암호를 발견하게 된다. 성수는 아주 손쉽게 이 암호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나타내고 있음을 깨닫고 아파트 전체에 이 암호가 적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암호를 쓴 사람과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숨바꼭질은 한 사람이 술래가 되어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게임. 어릴 적 신나고 재미있게 즐겼던 이 게임이 스릴러 장르의 영화 제목이 됐다는 것이 섬뜩하다. 공포영화에서 ‘섬집아기’가 흘러나올 때의 그 공포감 말이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에서 음악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음악 없이 영화를 보고 있다면 극도의 긴장감은 만들어 질 수가 없다. 이에 오프닝에서 ‘꼭 꼭 숨어라’라는 멜로디가 흐르는 부분은 관객들의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숨바꼭질’의 오프닝은 스릴러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는 소재도 있지만 배우 손현주 전미선(민지) 문정희(주희)의 힘도 컸다. 특히 손현주는 허정에 대한 높은 신뢰도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믿고 보는 손현주가 선택을 했다고 하니 기대는 당연할 수 밖에. “시나리오를 보고 허정 감독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오직 시나리오 하나만 보고 뛰어들었죠.” 뭔가 믿음직스러운 손현주의 말이 ‘숨바꼭질’을 클릭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손현주도 아쉬움은 남는 듯 했다. “뭔가 죄송한 부분이 있어요. 사실 영상 보다 시나리오가 훨씬 더 좋아요. 어떤 작품도 시나리오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시나리오 속 풍부한 디테일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유독 ‘숨바꼭질’은 시나리오가 좋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왔다. 그 만큼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 영화에 직접 참여한 배우도 아쉽다는 말을 내뱉으니 나도 따라 아쉬운 건 무슨 심리일까?

“큰 예산을 가지고 찍지 않았어요. 요즘 예산을 많이 들인 작품들이 있죠? 하지만 시나리오 면에서는 정말 탄탄해요. 좋은 시나리오 때문에 관객들도 외면을 하지 않을 거예요. 제 소망이기도 하고요. 하하.” 제목처럼 ‘숨바꼭질’은 영화 자체가 숨바꼭질이다. 가려야 될 것도, 말하지 말아야 될 것도 참 많다. 과연 손현주의 말처럼 ‘예산 대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8월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숨바꼭질’이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14일 개봉.(사진=NEW)



★재미로 보는 기자 생각
손가락 세 개에 부상을 입은 손현주, 발톱이 뽑혔다는 전미선과 문정희의 연기투혼은 참으로 대단. 시나리오 연출력 연기력 중 으뜸을 고르라면 엄청난 고민 끝에 연기력을. 예산이 영화에, 그리고 연출력에 미치는 영향은? 영화는 분석하지 말고 그저 영화로만 봐야 된다지만 우리는 아주 큰 생각을 갖게 될 것. 107분 동안 가진 의문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까지 풀지 못할 수도. 후반부 급작스러운 전개는 평가 불가 노코멘트. 처음으로 상업 영화를 만들어 낸 허정 감독에게는 코멘트 달지 말고 그냥 박수를.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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