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때 아니냐고요? 해외에 나가면 저도 그냥 ‘어떤 동양 애’예요."
1980년 데뷔, 이제 두 딸을 모두 시집보내고 ‘할아버지’가 될 날을 기다리는 1세대 디자이너 박윤수.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스타일과 비주얼에서 빛이 났다.
9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더 스테이지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컨셉코리아 S/S 2014’가 개최됐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고태용, 이석태, 최복호와 함께 한국을 대표해 이 무대에 섰다.
이 행사에는 뉴욕 패션위크 창시자 펀 말리스(Fern Mallis), 해외 유명 블로그 셀렉티즘 편집장 제프 카르발노로(Jeff Carvaloho), 영화 ‘월드워Z(World War Z)’에 출연한 배우 에릭 웨스트(Eric West) 등 패션계 유력인사를 포함한 총 850여 명이 참석했다.
9월 초 뉴욕 출국을 앞둔 디자이너 박윤수를 강남 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스스로를 “이제 동양에서 온 신인이라고 소개할 것”이라 말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 "우리의 것을 조금 더 모던하게, 그게 정답"
무엇보다 그가 제시할 최신 디자인인 컨셉코리아 무대가 궁금했다. 그는 “일단 직접 보시는 게 낫다”며 대담한 자수가 있는 미니 드레스를 꺼내 들었다. 블랙 실크 드레스에 봉황 패턴이 아주 화려하게 수놓인 디자인이었다. 그 옆으로는 한국의 전통 채색화에 등장하는 ‘책가도’ 패턴의 여성복을 입은 모델이 지나갔다.
“‘길상(장수나 행복 따위의 좋은 일을 상징하는 무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아요. 한국 전통 채색화를 그렇다고 그대로 무대에 가져갈 수는 없죠. 그것들을 조금 더 모던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소재는 전부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실크를 써서 경쟁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현장에서 모델들은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컬러가 돋보이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룩북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림을 전공한 박윤수의 특기는 컬러의 믹스다. 그는 “2014 S/S에 내가 제안하고 싶은 컬러는 핑크, 특히 미디움 톤의 ‘파우더 핑크’”라며 “거기에 블랙, 화이트, 블루를 더한 네 가지 색깔의 조합을 키워드로 삼을 것”이라고 트렌드를 예고했다.
물론 디자인 면에서도 계획이 다 서 있었다. “컬러만큼 메인 아이템의 디자인도 중요하죠. 라이더 점퍼가 메인 아이템 중 하나인데, 여성미를 잃지 않기 위해 애썼어요. 라이더 점퍼에 실크를 섞거나. 주름을 넣어 스포티즘을 좀 더 여성스럽게 표현하는 거죠. 이번 무대의 키 아이템은 라이더 점퍼와 허리가 딱 맞고 아래는 퍼지는 아주 여성스러운 라인의 원피스입니다.”
★‘박윤수’가 아닌 ‘빅 박’인 이유
그가 이번 컨셉코리아에서 내건 브랜드명은 그의 이름 ‘박윤수’가 아니다. 런던에서 전개 중인 새 브랜드 ‘빅 박(Big Park)’이다. 패션계에서 ‘박윤수’보다 아직은 좀 덜 유명한 ‘빅 박’을 내세우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빅 박’이 철저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패션의 중심지 런던에서 런칭된 신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직 빅 박을 전개하고 있지 않지만, 빅 박은 이미 런던은 물론 중국까지 뻗어나갔다. 베이징 싱콩 백화점(新光天地, 중국의 손꼽히는 명품 전문 백화점)을 비롯해 상하이와 홍콩에 진출해 있다. 또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MCM과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박윤수는 “해외 바이어를 겨냥해 서울컬렉션에서도 빅 박으로 활동한다”며 “해외 바이어의 관심으로 빅 박은 런던과 중국에 이어 두바이에도 진출해 있다”고 밝혔다.
“MCM과 콜래보레이션한 제품들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용 무늬 등에 자수를 결합한 디자인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요. 아직 국내 전개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더 자리를 굳힌 다음 국내에서도 런칭할 생각입니다.”
그가 이처럼 애정을 갖고 있는 빅 박의 이름에 대한 유래가 궁금해졌다. 그는 “단순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제가 예전에 쓰던 아이디(ID)가 ‘Big Park’였어요. 큰 의미는 없었는데, ‘큰 공원’이라는 뜻도 있으면서 박윤수의 세컨드 브랜드라는 뜻도 들어 있어 마음에 들더군요.”
박윤수는 빅박을 노령화된 ‘박윤수’ 브랜드의 차선책으로 삼아 젊은 감각을 유지할 생각이다.
“저는 패션계에서 큰어른으로 통하는 이상봉 씨보다도 ‘중앙컨테스트’에서 5년 정도 선배예요. 1세대 디자이너로서 패션계의 덕을 많이 봤어요. 나중에는 개인 경영 로드숍이나 개성있는 편집숍 등에도 들어가는 등, 후진들에게 도움을 줘야지요. 빅 박의 젊은 감각으로 그렇게 해 나가려고 하니 지켜봐 주십시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
1980년 데뷔, 이제 두 딸을 모두 시집보내고 ‘할아버지’가 될 날을 기다리는 1세대 디자이너 박윤수. 하지만 직접 만난 그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스타일과 비주얼에서 빛이 났다.
9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더 스테이지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컨셉코리아 S/S 2014’가 개최됐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고태용, 이석태, 최복호와 함께 한국을 대표해 이 무대에 섰다.
이 행사에는 뉴욕 패션위크 창시자 펀 말리스(Fern Mallis), 해외 유명 블로그 셀렉티즘 편집장 제프 카르발노로(Jeff Carvaloho), 영화 ‘월드워Z(World War Z)’에 출연한 배우 에릭 웨스트(Eric West) 등 패션계 유력인사를 포함한 총 850여 명이 참석했다.
9월 초 뉴욕 출국을 앞둔 디자이너 박윤수를 강남 모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스스로를 “이제 동양에서 온 신인이라고 소개할 것”이라 말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 "우리의 것을 조금 더 모던하게, 그게 정답"
무엇보다 그가 제시할 최신 디자인인 컨셉코리아 무대가 궁금했다. 그는 “일단 직접 보시는 게 낫다”며 대담한 자수가 있는 미니 드레스를 꺼내 들었다. 블랙 실크 드레스에 봉황 패턴이 아주 화려하게 수놓인 디자인이었다. 그 옆으로는 한국의 전통 채색화에 등장하는 ‘책가도’ 패턴의 여성복을 입은 모델이 지나갔다.
“‘길상(장수나 행복 따위의 좋은 일을 상징하는 무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아요. 한국 전통 채색화를 그렇다고 그대로 무대에 가져갈 수는 없죠. 그것들을 조금 더 모던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소재는 전부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실크를 써서 경쟁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현장에서 모델들은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컬러가 돋보이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룩북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림을 전공한 박윤수의 특기는 컬러의 믹스다. 그는 “2014 S/S에 내가 제안하고 싶은 컬러는 핑크, 특히 미디움 톤의 ‘파우더 핑크’”라며 “거기에 블랙, 화이트, 블루를 더한 네 가지 색깔의 조합을 키워드로 삼을 것”이라고 트렌드를 예고했다.
물론 디자인 면에서도 계획이 다 서 있었다. “컬러만큼 메인 아이템의 디자인도 중요하죠. 라이더 점퍼가 메인 아이템 중 하나인데, 여성미를 잃지 않기 위해 애썼어요. 라이더 점퍼에 실크를 섞거나. 주름을 넣어 스포티즘을 좀 더 여성스럽게 표현하는 거죠. 이번 무대의 키 아이템은 라이더 점퍼와 허리가 딱 맞고 아래는 퍼지는 아주 여성스러운 라인의 원피스입니다.”
★‘박윤수’가 아닌 ‘빅 박’인 이유
그가 이번 컨셉코리아에서 내건 브랜드명은 그의 이름 ‘박윤수’가 아니다. 런던에서 전개 중인 새 브랜드 ‘빅 박(Big Park)’이다. 패션계에서 ‘박윤수’보다 아직은 좀 덜 유명한 ‘빅 박’을 내세우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빅 박’이 철저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패션의 중심지 런던에서 런칭된 신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직 빅 박을 전개하고 있지 않지만, 빅 박은 이미 런던은 물론 중국까지 뻗어나갔다. 베이징 싱콩 백화점(新光天地, 중국의 손꼽히는 명품 전문 백화점)을 비롯해 상하이와 홍콩에 진출해 있다. 또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MCM과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박윤수는 “해외 바이어를 겨냥해 서울컬렉션에서도 빅 박으로 활동한다”며 “해외 바이어의 관심으로 빅 박은 런던과 중국에 이어 두바이에도 진출해 있다”고 밝혔다.
“MCM과 콜래보레이션한 제품들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용 무늬 등에 자수를 결합한 디자인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요. 아직 국내 전개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더 자리를 굳힌 다음 국내에서도 런칭할 생각입니다.”
그가 이처럼 애정을 갖고 있는 빅 박의 이름에 대한 유래가 궁금해졌다. 그는 “단순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제가 예전에 쓰던 아이디(ID)가 ‘Big Park’였어요. 큰 의미는 없었는데, ‘큰 공원’이라는 뜻도 있으면서 박윤수의 세컨드 브랜드라는 뜻도 들어 있어 마음에 들더군요.”
박윤수는 빅박을 노령화된 ‘박윤수’ 브랜드의 차선책으로 삼아 젊은 감각을 유지할 생각이다.
“저는 패션계에서 큰어른으로 통하는 이상봉 씨보다도 ‘중앙컨테스트’에서 5년 정도 선배예요. 1세대 디자이너로서 패션계의 덕을 많이 봤어요. 나중에는 개인 경영 로드숍이나 개성있는 편집숍 등에도 들어가는 등, 후진들에게 도움을 줘야지요. 빅 박의 젊은 감각으로 그렇게 해 나가려고 하니 지켜봐 주십시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