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변호인' 마음을 진동시키는 은은한 파장

입력 2013-12-02 07:30   수정 2013-12-10 18:06

말이 많아 더욱 궁금했던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 위더스필름(주) 제작)이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사건과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해 새롭게 탄생시켰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그의 향기는 지울 수 없었다. 사람 냄새가 은은하게 묻어나는 이 작품은 관객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한 ‘변호인’은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송우석은 가족같이 정을 나누던 단골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의 사건 변호를 맡으며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다. 돈이 되는 의뢰만 받아오던 속물 송우석이 진정한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자신을 속물이라고 표현해왔던 송우석은 진우의 변호를 통해 사람이 되어간다.

송강호의 연기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올해 영화 ‘설국열차’ ‘관상’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송강호는 ‘변호인’으로 방점을 찍었다. ‘설국열차’에서 보여줬던 허술한 냉철함, ‘관상’의 익살스러운 능글맞음이 적절하게 섞였다. 단연 압권은 다섯 차례의 재판을 통해 보여준 뜨거운 변론이다. 진우의 변호를 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건에 푹 빠진 송우석은 매 재판마다 가슴 속을 관통하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거침없이 대사를 읊어대는 송강호는 누가 봐도 정의의 변호사였다.

차동영 경감으로 출연한 곽도원은 극악무도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이제 악역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극장 안에 맴돌았다. 그만큼 고문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제껏 드라마를 통해 냉철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줘 왔던 곽도원은 ‘변호인’에서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사실적이어서 충격은 컸지만. 스크린 데뷔식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임시완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적은 대사지만 고문을 겪어내는 모습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 고문을 통해 습득된 것들을 좌르르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눈물마저 찔끔거리게 했다. 곽도원이 걱정하고도 남을 만큼.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그저 맞는 말인데, 사실일 뿐인데도 영화는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극 초반 다소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이는 재판 과정을 통해 모조리 용서된다. 부당한 재판 앞에서 온 몸으로 변호를 하는 송우석. 왜 이 영화가 ‘변호사’가 아닌 ‘변호인’인지 몸소 실감하게 한다. 예고편에서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대사가 영화관 가득 울려 퍼지면 그야 말로 마음에 요동이 친다.

이 당연한 말조차 인정받을 수 없던 시절, 송우석은 이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울부짖는다. 쓰림과 통쾌함이 공존된다. 한 국가 안에 살면서 각자의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송강호와 곽도원. 이야기를 넘어 미친 듯이 대립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송우석의 돼지 국밥 사랑은 식욕을 자극. 영화를 보고나면 돼지 국밥을 숟가락으로 푹푹 떠서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19일 개봉예정.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7분.(사진=NEW)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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