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없었지만 패자도 없었던 그야말로 UFC최고의 명승부였다.
마크 헌트(뉴질랜드)와 안토니오 실바(브라질)는 7일(한국 시각) 호주의 브리즈번 엔터테인먼트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33` 헤비급 메인이벤트 매치에서 5라운드 내내 엄청난 명승부를 벌인 끝에 비겼다.
세 명의 부심 가운데 두 명은 47-47 동점으로 채점을 매겼고 한 명만 48-47로 헌트의 손을 들어줬다.
최소 두 명 이상의 부심에게 우세한 점수를 받아야 승리하는 UFC 규정상 이날 경기는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헌트와 실바는 지난 5월 각각 주니어 도스 산토스(브라질)와 케인 벨라스케즈(미국)에게 패한 뒤 반전을 노렸으나 어느 한쪽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UFC 역사에 남을만한 엄청난 승부였다.
먼저 주도권을 준 쪽은 헌트였다. 1라운드부터 적극적인 공격으로 실바를 압박한 헌트는 2라운드에서도 주도권을 쥐며 실바를 괴롭혔다.
실바에게 역습 킥을 얻어맞으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3라운드 2분을 남기고 강력한 펀치를 날리며 실바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4라운드에서도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5라운드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실바는 엄청난 펀치를 헌트의 얼굴에 꽂았다. 기세를 잡은 실바는 헌트를 그라운드 상황으로 밀어 넣은 뒤 파운딩 펀치를 날렸다.
실바의 파운딩을 견뎌낼 UFC 현역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헌터는 견뎌내며 다시금 승부를 스탠딩으로 끌고 갔다.
이미 체력을 모두 소진한 두 선수였지만 정신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결국 5라운드 공이 울리는 순간까지 두 선수는 링 위에 두 다리를 붙이고 서 있었다.
한편 경기가 끝난 후 헌트의 왼손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시합 중반 이후부터 계속해서 왼손 엘보우를 선사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엑스레이 사진에 공개된 헌트의 왼손 주먹은 군데군데의 뼈가 부러져있는 상황.
실바는 헌트와 5라운드 시작과 함께 악수를 청했고 경기가 끝나고도 두 선수는 포옹을 아끼지 않았다.
부러진 뼈보다도 두 선수의 스포츠맨십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