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에서만 봐오던 배우 공유(34)가 액션을 한다고 했다. 놀랐다. 사르르 마음을 녹이는 눈웃음의 소유자, 커피 CF 볼 때면 은은한 향기가 도는 그런 남자. 누가 봐도 로맨틱한 남자가 아닌가. 그런데 이는 추측일 뿐이었다. 영화 ‘용의자’(원신연 감독, (주)그린피쉬 제작)로 컴백한 공유는 무척이나 강렬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거칠어졌다. 더 이상 미소도, 달콤함도 남아있지 않았다.
공유는 ‘용의자’에서 모두의 타깃이 된 채 자신의 타깃을 쫓는 지동철로 출연한다. 지동철은 단 3%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훈련을 완수한 북한의 최정예 특수요원. 가족과 모든 것을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지동철은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쫓는다. 그 와중에 지동철은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국정원과 군인, 정체불명 요원들의 추격을 당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 공유는 더욱 빛난다. 강하게 몰아친다.
◆ “액션에 대한 갈증 없었지만...”
공유의 연기 인생에 갑자기 액션이 끼어들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로만 알고 있던 그가 어느 순간 ‘변화’와 손잡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궁금했다. 로맨틱 코미디만 계속 하다 보니 싫증을 느낀 걸까, 이미지가 굳어져가니 이걸 바꾸려 했던 걸까. 이 두 가지 중에 답은 없었다. “액션에 목말랐다면 처음에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겠지 않나?”라는 말을 듣고 있자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도대체 무엇이, 도대체 어떤 점이 공유를 이 힘들고 고된 액션으로 끌어들인 것일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액션과의 케미스트리를 느끼지 못했어요. 스케일도 크고, 소위 남자 영화라고 말하는 장르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죠. 제의를 받고, 주변에서 왜 안하냐고 물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장르를 정해서 하는 건 아니었죠. 이야기가 주는 힘, 나와 작업할 사람들의 감성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 감독이 어떤 영화를 했고, 그 안에서 어떤 감성을 보여줬는지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했어요. 어느 하나의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무슨 배우에요. 아직 갈 길이 많잖아요. 지금까지 해온 건 그냥 제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고요. 물론, ‘왜 이제까지 로맨틱 코미디만 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어요. 맞는 말이니까요. 하하.”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반갑고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장르를 선택하고, 새로운 전선에 뛰어는 공유. 그만큼 해내야 될 것도, 배워야 될 것도 많았다.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무척이나 엄격했던 공유는 그냥 잘하자는 마음 하나로 ‘용의자’를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또 어떻게 보면 냉정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대치라... 나이가 들수록 제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져요. 마음 같아서는 ‘있어요’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웃음)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고 해서 ‘로맨틱 코미디 하면 나지’ 또 그렇지도 않아요. 같은 종류의 대본을 보고 ‘내가 잘하는 거니까 껌이지’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매번 부담을 느끼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나 그게 좀 컸죠. 이렇게 예산이 큰 영화를 내가 이끌어갈 수 있을까? 역량이 되는 사람일까? 싶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내 몸을 던져보자 했으니 그냥 던졌죠. 액션을 하는 절 보면서 촬영장에 있던 분들은 많이 답답하셨을 거예요. 하하.”
◆ “카체이싱 러닝타임, 신의한수”
영화가 공개되면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액션 신. ‘공유가 어떻게 저런 액션을 하지?’라는 반응과 함께 ‘이런 액션을 구사할 수 있다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주체격술, 카체이싱은 기본이며 암벽 등반에 한강 낙하까지. 공유는 날고 구르며 액션이라는 액션은 모조리 섭렵했다. 그 중 압권은 단연 카체이싱. 10분 남짓의 카체이싱은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카체이싱. 그래서 고민도 많았다.
“카체이싱 러닝타임 자체가 길어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죠. 관객들이 보통 인식하고 있는 카체이싱은 5분 정도에요. 영상을 보면서 힘이 들 수도 있고 어지러울 수도 있거든요. 빠른 영상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니 이게 단점이 되지는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이 부분은 감독님이 절대 물러서지 않았어요. 관객과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게 감독님의 입장이었죠. 감독님의 판단이 옳았어요. 촬영한 제가 봐도 움찔거리게 되더라고요.”
사실,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많은 게 담겨져 있다. 단순한 추격전이 아니다. 지동철의 성격, 그가 자라온 환경까지 인간 지동철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다. 지동철이 망명해 대리운전을 한 이유도, 특수운전병처럼 능숙하게 경찰들을 따돌렸던 이유도 카체이싱 장면에 모두 들어있다. 처음에는 반 장난으로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했지만 원신연 감독의 말을 들은 후 그냥 ‘네’ 한마디로 정리했다는 공유. 그 속에는 아주 큰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지동철은 대리운전을 하면서 그 지역의 지형을 모두 조사하고 다녔어요. 주변을 살폈던 거죠. 모든 길을 답습하고 인지하며 스캔한거에요. 지동철은 항상 두리번거려요. 다 보고 있죠. 크레파스로 벽에 지도를 그리고 있었던 거예요. 일부러 골목으로 유인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본능적으로 차를 운전하면서 따돌려요. 차를 돌려 거꾸로 계단을 내려가는 건 신의한수에요. 과학적으로 엔진이 앞에 있기 때문에 바로 내려가면 차가 고꾸라지거든요. 뒤로 돌아 내려가면 어느 정도의 안정성은 보장 된다는 걸 실험을 통해 증명했죠. 멋있게 보이려고 두리번거리는 게 아니라, 폼을 잡기 위해 차를 돌려 내려가는 게 아니라 다 계산이었어요. 감독님께 완전히 설득을 당한 거죠. 하하.”
그래서, 다시 액션 제의가 들어오면 하겠냐고 물었더니 답한다. “내가 다시는 하나봐라 해도 또 하고야 만다더라. 스케일의 맛을 보면 그 성취감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그래서 다시 찾는다고.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용의자’가 잘되면 우리나라 최초로 시리즈 제작을 할 수도 있겠다고. 본 시리즈처럼 이어간다는 거 멋지지 않나. 아... 일단 ‘용의자’부터(잘되길 바란다)” 다시 그 멋진 액션을 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공유는 ‘용의자’에서 모두의 타깃이 된 채 자신의 타깃을 쫓는 지동철로 출연한다. 지동철은 단 3%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훈련을 완수한 북한의 최정예 특수요원. 가족과 모든 것을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지동철은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쫓는다. 그 와중에 지동철은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국정원과 군인, 정체불명 요원들의 추격을 당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 공유는 더욱 빛난다. 강하게 몰아친다.
◆ “액션에 대한 갈증 없었지만...”
공유의 연기 인생에 갑자기 액션이 끼어들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로만 알고 있던 그가 어느 순간 ‘변화’와 손잡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궁금했다. 로맨틱 코미디만 계속 하다 보니 싫증을 느낀 걸까, 이미지가 굳어져가니 이걸 바꾸려 했던 걸까. 이 두 가지 중에 답은 없었다. “액션에 목말랐다면 처음에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겠지 않나?”라는 말을 듣고 있자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도대체 무엇이, 도대체 어떤 점이 공유를 이 힘들고 고된 액션으로 끌어들인 것일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액션과의 케미스트리를 느끼지 못했어요. 스케일도 크고, 소위 남자 영화라고 말하는 장르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죠. 제의를 받고, 주변에서 왜 안하냐고 물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장르를 정해서 하는 건 아니었죠. 이야기가 주는 힘, 나와 작업할 사람들의 감성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 감독이 어떤 영화를 했고, 그 안에서 어떤 감성을 보여줬는지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했어요. 어느 하나의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무슨 배우에요. 아직 갈 길이 많잖아요. 지금까지 해온 건 그냥 제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고요. 물론, ‘왜 이제까지 로맨틱 코미디만 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어요. 맞는 말이니까요. 하하.”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반갑고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장르를 선택하고, 새로운 전선에 뛰어는 공유. 그만큼 해내야 될 것도, 배워야 될 것도 많았다.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무척이나 엄격했던 공유는 그냥 잘하자는 마음 하나로 ‘용의자’를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또 어떻게 보면 냉정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대치라... 나이가 들수록 제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져요. 마음 같아서는 ‘있어요’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웃음)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고 해서 ‘로맨틱 코미디 하면 나지’ 또 그렇지도 않아요. 같은 종류의 대본을 보고 ‘내가 잘하는 거니까 껌이지’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매번 부담을 느끼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나 그게 좀 컸죠. 이렇게 예산이 큰 영화를 내가 이끌어갈 수 있을까? 역량이 되는 사람일까? 싶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내 몸을 던져보자 했으니 그냥 던졌죠. 액션을 하는 절 보면서 촬영장에 있던 분들은 많이 답답하셨을 거예요. 하하.”
◆ “카체이싱 러닝타임, 신의한수”
영화가 공개되면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액션 신. ‘공유가 어떻게 저런 액션을 하지?’라는 반응과 함께 ‘이런 액션을 구사할 수 있다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주체격술, 카체이싱은 기본이며 암벽 등반에 한강 낙하까지. 공유는 날고 구르며 액션이라는 액션은 모조리 섭렵했다. 그 중 압권은 단연 카체이싱. 10분 남짓의 카체이싱은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카체이싱. 그래서 고민도 많았다.
“카체이싱 러닝타임 자체가 길어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죠. 관객들이 보통 인식하고 있는 카체이싱은 5분 정도에요. 영상을 보면서 힘이 들 수도 있고 어지러울 수도 있거든요. 빠른 영상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니 이게 단점이 되지는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이 부분은 감독님이 절대 물러서지 않았어요. 관객과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게 감독님의 입장이었죠. 감독님의 판단이 옳았어요. 촬영한 제가 봐도 움찔거리게 되더라고요.”
사실,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많은 게 담겨져 있다. 단순한 추격전이 아니다. 지동철의 성격, 그가 자라온 환경까지 인간 지동철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다. 지동철이 망명해 대리운전을 한 이유도, 특수운전병처럼 능숙하게 경찰들을 따돌렸던 이유도 카체이싱 장면에 모두 들어있다. 처음에는 반 장난으로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했지만 원신연 감독의 말을 들은 후 그냥 ‘네’ 한마디로 정리했다는 공유. 그 속에는 아주 큰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지동철은 대리운전을 하면서 그 지역의 지형을 모두 조사하고 다녔어요. 주변을 살폈던 거죠. 모든 길을 답습하고 인지하며 스캔한거에요. 지동철은 항상 두리번거려요. 다 보고 있죠. 크레파스로 벽에 지도를 그리고 있었던 거예요. 일부러 골목으로 유인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본능적으로 차를 운전하면서 따돌려요. 차를 돌려 거꾸로 계단을 내려가는 건 신의한수에요. 과학적으로 엔진이 앞에 있기 때문에 바로 내려가면 차가 고꾸라지거든요. 뒤로 돌아 내려가면 어느 정도의 안정성은 보장 된다는 걸 실험을 통해 증명했죠. 멋있게 보이려고 두리번거리는 게 아니라, 폼을 잡기 위해 차를 돌려 내려가는 게 아니라 다 계산이었어요. 감독님께 완전히 설득을 당한 거죠. 하하.”
그래서, 다시 액션 제의가 들어오면 하겠냐고 물었더니 답한다. “내가 다시는 하나봐라 해도 또 하고야 만다더라. 스케일의 맛을 보면 그 성취감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그래서 다시 찾는다고.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용의자’가 잘되면 우리나라 최초로 시리즈 제작을 할 수도 있겠다고. 본 시리즈처럼 이어간다는 거 멋지지 않나. 아... 일단 ‘용의자’부터(잘되길 바란다)” 다시 그 멋진 액션을 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