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뿌잉PD의 라디오 토크]라디오 디제이 마녀사냥

입력 2014-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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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 풋풋하던 시절 광고하던 쿠키CF 멘트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거 같다. "내건 촉촉해~"라고 말하던.

이 멘트가 `내 쿠키는 촉촉해`라고 들리지 않았던 건 나 뿐이였을까?

광고를 기획한 사람들의 의도에는 분명히 S코드가 있었을 거다.

라디오에서 2시간 동안 시크한 나쁜 남자의 매력을 뿌리는 성시경이 방송이 끝날 땐 갑자기 다정한 남자로 변하며 "잘 자요~” 라고 속삭일 땐, 마치 침대에서 남자친구가 백허그를 하고 귀에 속삭여 주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적어도 연애하는 남친이 전화로 재워준다고 생각할 거다. 아직까지도 "잘자요~”를 능가하는 클로징 멘트가 나오지 않은 걸 보면 대단하다.

`성시경` 하면 `잘자요`, `잘자요` 하면 `성시경`이 아니던가?

바로 뒷 프로그램을 하는 정엽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처음부터 다정한 남친처럼 속삭여주다가 마지막엔 "잘까요~”라고 말한다. 엄청 잘 해주다가 "이제 우리 함께 잘까요?”가 아니던가? 푸른 밤 동안 같이 자자는 얘기다.

`잠깐만~`이란 MBC에서 가장 오래된 캠페인을 들어보셨을 거다.

"잠깐만~”이라고 외치고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나와서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끝날 땐 "우리 이제 한번 해봐요, 사랑을 나눠요”라고 노래를 부른다. 이 캠페인은 1분짜리인데, 잠깐만 하고 사람 불러놓고 좋은 얘기 잠깐 하더니 사랑을 나누자고 모두에게 외친다. 뭐 모든 종류의 사랑은 아름다운 거니까 좋다.

이런 멘트 뿐 아니라 촉촉한 목소리로 우리를 유혹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야 시간에 촉촉한 목소리로 멘트 한 번, 침 한 번, 멘트 한 번, 침 두 번 요런 호흡으로 진행하는 DJ, 마치 마이크를 통째로 삼켜버릴 것 같은 아름다운 DJ가 존재한다. 이건 참 `잠 못 이루는 밤, 비는 내리고`이다.

특히 심야에 표현되는 이런 행위들은 감정적으로... 아니 참 감각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 이상 나와 DJ는 정말이지 청취자와 DJ가 아닌 거다. 이미 침대 옆에 누워있는 연인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거다.

TV는 절대 이런 느낌을 주지 못한다. 불 꺼진 밤, 방에 혼자 누워 혼자 라디오를 켰을 때, 나의 감각은 소리로만 움직이기에, 내 머리는 나쁜 상상도 하게 되는 거다. 자유를 만끽하는 거다. 누구든 상상할 수 있다. DJ는 수많은 사람들의 연인이 되어주고 있는 거다. 아주 합법적이고 그리고 도덕적으로.

라디오를 듣는 사람 중에 `난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대답은 `글쎄요`다.

변태성향이 진하거나 여기에 과도하게 빠진 이들은 하지 말아야 할 편지, 전화, 스토킹도 시작하게 된다. 그냥 라디오 안에서만 내 맘속에서만 상상하도록 하자. 현실과 헷갈리는 건 불 꺼진 내 방에서만 하도록.

바로 이런 매체가 여러분의 라디오다.

그리고 나 역시 밤엔 촉촉한 침 넘김이 있는 목소리가 참 좋다.

오늘의 선곡, <두 사람 / 성시경>

글 / 손한서 (MBC 라디오 프로듀서), Twitter ID: @SohnPD
정리 /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show@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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