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언론의 복수? 서태지 신비주의… 그렇게 미울까

입력 2014-09-29 09:11   수정 2014-09-29 19:41

▲ 서태지 신비주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서태지는 지금껏 자신의 이미지를 신비롭게 조작해 마케팅한 적이 없다.(사진 = KBS)


며칠에 걸쳐 ‘서태지 신비주의’ 논란이 벌어졌다.

그런데 서태지의 신비주의라는 것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서태지는 유병언이나 북한의 백두혈통이라는 김씨 일가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신비롭게 조작해 마케팅한 적이 없다.

서태지는 그저 자신의 삶을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을 뿐이다. 이게 왜 신비주의라는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서태지의 신비주의를 문제 삼는 기사들이 쏟아지면, 서태지가 신비주의라는 뭔가 가당찮고 거드름 피우는 것 같은 마케팅 술수를 쓴다는 인상이 강화된다. 결과적으로 서태지에게 미운털이 박힌다.

매체들의 복수 같기도 하다. 서태지가 자신의 사생활도 잘 드러내 보이지 않고, TV 출연도 잘 안하고, 인터뷰도 안 해주니까, 즉 한 마디로 기사가 될 만한 꺼리들을 잘 안 내주니까 ‘신비주의‘라는 딱지를 붙여 두고두고 그를 저주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든다.

사생활을 어디까지 노출하든 말든, TV출연을 하든 말든, 인터뷰를 하든 말든 그것은 온전히 당사자 마음이다. 노출해주는 사람에 대해선 기사를 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놔두면 그만이다. 신비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사람을 괴롭힐 이유가 없다.

요즘은 노출주의의 시대다. 연예인이 하루 24시간 자신을 노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당연시된다. 자는 모습, 눈곱, 생리현상까지 공개하고, 여배우까지 화생방 훈련장에 가서 눈물콧물 흘리는 모습이 만천하게 방영된다. 그렇게 자신을 내려놓는 연예인이 찬사 받는다.

따라서 서태지도 소탈하고, 친숙하고, 인간적이고, 겸허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중의 호감을 불러일으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길이다. 그렇게 이익을 극대화하라고 옆에서 권할 수는 있겠지만 집단적으로 강요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단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지금은 서태지가 노출하지 않는다고 집단적으로 단죄하는 분위기다.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노출을 강요하는 노출주의 파시즘이다.

서태지의 활동은 자신의 삶을 살면서 가끔 음반 발표하고 콘서트를 진행한 게 다다. 음악인이 이 이상의 무슨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서태지가 이상한 게 아니라 뮤지션인데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웃음을 팔고 사생활을 팔아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이상한 것이다. 우리가 문제 삼을 건 신비주의가 아닌 바로 노출주의 광풍, 노출주의 파시즘이다. 이런 노출 광풍의 시대에 오로지 음악으로만 활동한 희귀 뮤지션의 존재는 오히려 소중한 것이 아닐까?

물론 요즘 대중은 노출주의 연예인을 좋아한다. 그런 대중의 취향을 거스르는 건 서태지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대중의 호불호가 옳고 그름의 기준은 될 수 없다. 따라서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삶을 산다고 그를 윽박지르는 건 부당하다. 모두에게 똑같은 삶의 방식, 똑같은 활동 방식을 강요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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