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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미생’ 결말은 끝내 ‘완생’이 되지 못했다. 오상식(이성민 분) 차장과 장그래(임시완 분)(사진 = tvN) |
미생에서 완생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길 바랐다. 역시, 초반 직장인들을 위한 교과서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 생각됐다. 그러나 교과서는 교과서였다. 교과서는 길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교과서는 기존에 있는 길을 오가는 기초 정석을 가르쳐줄 뿐이다. 단계별로 올라가면서 그 기초정석을 일러줄듯 싶었다. 그러나 교사도 멘토도 아니었다.
‘미생’ 결말의 장그래가 얻은 것은 사람이었다. 오상식이나 김동식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현실에 없는 환상 속의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해법이나 솔루션이었겠지만, 결국 교훈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에 모아졌다.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각개별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으니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강조할 수밖에 없겠다. 그것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휴머니즘을 강조하면서 미생의 교과서 같은 역할도 끝이 났다. 현실은 휴머니즘만으로 통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너무 충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생’의 창작자는 오 차장이나 장그래는 원인터내셔널이라는 대기업 시스템에서 쫓겨나도록 해야 했던가. 오상식, 장그래 둘은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했을 때, 결국 그 조직 안에 남아 있는 이들은 악화(惡貨)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람들이 바란 것은 악화 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방법들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조직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이나 조금 발을 들여놓은 사람 모두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아니, 누구나 양화가 되고 싶을 뿐이니 말이다.
더구나 양화들이 악화가 되지 않고 견디는 법들을 바란 것인지 모른다. 드라마는 드라마였다. 다만 초기의 현실적인 장면 묘사들이 그런 착각을 주었을지 모른다. 이미 최종회는 1회에서 예견된 것이었으므로 이미 한계가 명확했던 것임을 잠시 착각했을 뿐이다.
정작 ‘미생’의 본격적인 과정은 오 차장이 새롭게 출발한 조직, 그 지점에 있어야 했다. 대기업의 거대한 기갑 속에 존재하기보다 그런 프리미엄이 온몸으로 외풍을 막아내야 하는 소기업이 현실 속에 더 많으며, 그들의 생존분투기가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더 현실적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생은 그 지점에서 정확히 끝이 났다.
결국 ‘미생’ 결말은 교과서에서 드라마로 돌아왔다. 드라마가 아니고 처세서이길 바랐지만, 액션 판타지물로 수렴됐다. 그것은 꿈이나 길이라는 이름으로 낭만화됐다. 현실에서 출발해 결론에서는 낭만로맨스물이 됐던 것이다. 자기 스스로 사랑에 빠져버린 만화 아니 드라마였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말을 ‘미생’에게 쏟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 그 같은 점을 누구보다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 우리 스스로가 각개의 상황에서 맞게 판단 선택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미생을 원망한들, 아니 그것에 열광의 여운을 남긴들 미생인 것은 여전히 같다. 미생(未生)이라는 단어가 완생을 염두하고 있으니 세상 어느 어떤 존재도 완생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완생은 신만이 구가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완생을 감히 말하는 자, 오만할 뿐이니 말이다. 인간의 유한성 속에서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는 생애 동안 서로에게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그 독력에 경제적인 동기와 성취가 붙을 뿐이다.
거창하게 나갈 것이 없이 스펙이 좋고 수익률을 얼마 올리고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해도 월급쟁이는 월급쟁이일 뿐이다. 자본주의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에게 누군가의 이익을 막대하게 벌어주고 약간의 이득을 챙기는 마름질을 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 결핍된 인간에게 그것만으로도 완생이다.
그런 면에서 ‘미생’ 결말은 불완전성 속에서 완생을 꿈과 낭만으로 치달아가게 했던 게 분명하다.
그것이 결국 문화콘텐츠의 한계이자 마지막 선물이다. 공공콘텐츠에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박 과장(김희원 분)을 모범으로 삼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정작 미생의 결말은 판을 흔들어줄 매듭을 짓지 못하고 미완의 미생으로 남겨줬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차라리 낭만과 판타지의 모험 기업드라마로 나가는 것도 문화콘텐츠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과 자본의 프레임을 완전히 흔들어주길 다음 시즌에서 바랄 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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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결말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미생’의 패러디 ‘미생물’이 내년 1월 2일과 3일 2부작으로 예고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생물’은 춤과 노래가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연예계에서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봇연기의 대가’로 ‘미생물’의 주인공을 맡은 장수원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녕하세요, 장그랩니다”라며 “미생물 첫 촬영날, 서로 얼굴만 봐도 웃느라 너무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한 뒤 “김대리 님, 백기 씨 반가워요~”라는 글과 함께 ‘미생물’에 함께 출연하는 황제성, 이진호와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미생물’ 출연진들은 ‘미생’의 장백기, 장그래, 김동식와 흡사한 차림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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