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몸개그, 성대모사, 출연진들의 주고 받는 농담 정도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저 출연진들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은 예능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이 패러다임을 과감히 부순 개그맨이 있다. 바로 김제동이다. 김제동은 뛰어난 어휘력과 센스있는 말솜씨로 과거 `김제동 어록`을 탄생시키며 MC계의 신흥강자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예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며 김제동 식의 토크는 진부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해 왔던 김제동은 `힐링`을 필요로 하는 요즘 시대와 잘 맞아 떨어져 다시 한번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24일 방송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는 메인 고정 MC인 이경규와 성유리가 출연하지 않고, 500명의 게스트와 함께하는 김제동의 `힐링 토크콘서트` 편으로 꾸며졌다.
`힐링캠프` 사상 최대 규모의 녹화로 진행된 이번 특집에서 단독 MC를 맡은 김제동은 500명의 게스트들의 다양한 고민과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특히 게스트의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 없이 무릎을 꿇어 그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한 벌써 6번째 시즌을 맞은 `김제동 토크콘서트`의 명강사답게 김제동은 중간중간 자신의 토크콘서트에 와줬던 관객들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이날 `힐링캠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제동이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소년을 위해 499명 관객을 기립시켜 감동을 선사한 모습이었다.

낯선 사람이 두려워 현기증까지 난다는 16살 양준하 군의 사연에 김제동은 방청객에게 "준하를 위해 일어나달라. 그리고 나를 따라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제동은 499명의 방청객이 일어나자 "준하야. 만나서 반가워. 우리 모두 낯설지만 준하 너를 좋아한단다. 친하게 지내자"라는 말을 따라하게 했고, 한마음이 된 이들의 목소리는 감동적인 울림을 전달했다.
이날 김제동은 양 군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천천히 다가가 그를 위로했고,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방송말미 김제동은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곡을 힐링송으로 선곡해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500명의 게스트들과 함께 열창했다.

이후 김제동은 "말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갖다 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마이크와 카메라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혀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해 우리가 흔히 고민하는 걱정거리들을 담아 시청자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여기에 `힐링 전도사` 김제동이 진행을 맡아 더 빛을 발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진심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MC가 몇이나 될까?
우리네 소소한 일상, 애환 등을 스스럼 없이 털어 놓을 수 있게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김제동의 모습에 시청자들 또한 거부감 없이 이를 시청할 수 있었다.
연예계의 수많은 이들이 `포스트 유재석`, `포스트 강호동`만 쫓을 것이 아니라 김제동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갖춘 MC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김제동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사진=SBS `힐링캠프` 화면 캡처)
한국경제TV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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