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I Feel You… ‘섹시밴드’ 원더걸스 귀환, AOA처럼 될까

입력 2015-08-07 14:03   수정 2015-08-08 11:30

▲ 원더걸스 ‘I Feel You’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사진 = 한국경제TV 와우스포츠)


케이팝 1세대 걸그룹 예컨대 핑클이나 SES 등은 일본 걸그룹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콘셉트나 안무구성, 캐릭터 조합, 음악적 스타일도 비슷해 보였다. 걸그룹의 기본 모델을 일본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이었다.

1세대 걸그룹 이후 후속으로 등장한 팀들은 제대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대형자본과 시스템을 갖춘 SM조차도 여기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주로 보이 그룹에 치중하고 있었다. 특히 동아시아권 소녀팬들을 겨냥해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2007년 JYP의 박진영은 걸그룹 원더걸스를 출격시킨다. 원더걸스의 대표곡 ‘텔미’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큼의 인기를 끈다. 이때 원더걸스의 공헌점은 일본 걸그룹 이미지를 벗겨내 버렸다는 것이다. 일본 걸그룹이 갖고 있던 섹슈얼리티와도 결별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적 걸그룹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한국적 전통에 바탕을 둔 음악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팝송의 레트로 음악을 결합시키고, 안무는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 섹슈얼리티에 집중했다. 그 뒤에 SM의 소녀시대는 음악과 안무 자체보다는 시각적 비주얼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다리의 각선미를 강조하는 집단적 섹슈얼리티로 일본의 걸그룹과 완전히 다른 콘셉트를 갖게 된다.

이로써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된 한국의 걸그룹들은 다양하게 스핀오프(spin-off) 한다. 마니아틱하거나 B급 감성의 노래와 안무,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국가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걸그룹들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케이팝 걸그룹의 한류현상을 일으켰다. 비록 많은 걸그룹이 탄생하고 다른 색채를 추구해왔지만, 결국 수렴이 노출의 섹슈얼리티였다. 2세대 케이팝 걸그룹의 정체성이었다. 원더걸스가 놓친 점은 이것이었다.

1세대 걸그룹의 경우에 작은 노출에도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여성의 노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둔감해졌다. 노출에 대한 강력한 금기의식은 촌스럽게 간주됐다. 오히려 노출의 용인은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인식이라고 생각됐다. 따라서 어느 순간 노출을 금지하는 방송사나 방통위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웠고 갈수록 노출 규제의 수준은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걸그룹의 노출 수위는 높아졌다.

이러한 면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걸그룹의 특징이 됐다. 비록 처음에 음악성 자체를 통해 경쟁에 나선 걸그룹도 결국 노출로 선회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바로 대표적인 걸그룹이 AOA였다. 이 걸그룹은 처음에 여성밴드를 표방했고, 일정한 퀄리티 이상의 음악성을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뒤에 AOA는 크게 변신을 꾀한다. 그 변신은 바로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여성밴드 콘셉트는 버려졌다. 그만큼 경쟁은 격화됐고 걸그룹에 요구되는 점은 좁혀졌다.

▲ 뮤직비디오 ‘I Feel You’로 화려하게 컴백한 원더걸스(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원더걸스가 그 밴드 콘셉트를 주웠다. 이제는 안될 것 같은 밴드를 그냥 주워 입은 것은 아니다. 일단 원더걸스가 밴드가 아니기 때문에 밴드를 장식으로 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밴드 실력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여기에 육체적 섹시함을 가미했다. 만약 단지 섹시함만을 가미했다면 받을 비난을 밴드 실력으로 돌파하려 했다.

그것은 일정 정도 성공했다. 복고풍의 수수한 걸그룹으로 복귀했다면 한스밴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 될 것이다. 어쨌든 개성을 크게 내세우지도 않고, 팝컬쳐의 섹시함을 적절하게 믹스해온 JYP다운 선택으로 보였다. 즉 섹시콘셉트는 박진영의 콘셉트이면서 JYP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요컨대 원더걸스의 섹시밴드의 콘셉트는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밴드는 언제나 버릴 수 있는 소재로 보인다. 밴드 그 자체가 핵심 정체성으로 유지됐던 적은 록그룹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원더걸스의 태생적인 운명이자, 한국 걸그룹의 토대다. 언제든 AOA처럼 밴드를 버리고 섹슈얼리티를 내세우며 활동할 것이며, 그런 흐름 속에서는 복고코드도 힘을 잃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원더걸스가 3세대 걸그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 안에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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