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여자를 울려’ ‘미세스캅’ 여경이 마미캅이 되기까지…

입력 2015-08-13 14:55   수정 2015-08-14 14:38

▲ 드라마 ‘미세스캅’의 김희애(사진 = SBS)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여경은 사무보조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서류를 전달하거나 커피심부름을 했지만, 제복은 꼭 입었다. 수사현장은 주로 남성들이 담당했고 범죄자 체포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슷했던 여경 캐릭터는 사무실의 꽃과 같았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 주인공이 1993년 화장품 광고에 여형사로 등장했던 이영애였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면서 실존적인 섹시함을 갖추고 있을 듯 싶은 매력적인 여형사 이미지로 이영애는 단숨에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비록 말 한마디 없는 광고모델이었지만 말이다.

말을 하는 섹시한 여형사가 등장한 것은 1998년 제작된 영화 ‘투캅스3’였다. 이 영화에 출연한 권민중은 여형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다만, 섹시한 여형사의 부각에 과도한 남성 형사의 모방은 대중적인 주목을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여경이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하던 작품들은 2000년을 넘어서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5년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에서 남상미는 우연히 거대한 비리를 파헤치는 여경 역할로 눈길을 끌었다. 최하위 직급의 순경이 정치와 재계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때 남상미가 보여준 여경은 섹시하기보다는 인간적이고 귀여운 이미지였다. 또한 남상미의 캐릭터는 어설프며 어리바리한 모습을 지녔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내용은 서민 출신과 엘리트 경찰들 사이에서 삼각로맨스가 겹쳐있어 대중드라마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기도 했다. 이는 이미 영화 ‘강력3반’(2005)에서 남상미가 분했던 교통경찰 해령의 캐릭터였다. 말하자면, 영화에서 맡았던 비슷한 캐릭터를 드라마에 가져온 셈이었다.

2007년 드라마 ‘히트’에서는 최초로 여성 강력반장이 등장했다. 이 드라마에서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고현정은 12년 전 사라진 약혼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마침내 진실에 다가간다. 객관적인 그러니까 자신과 분리된 사건만 다루던 여경이 자신과 연관된 사건을 다뤘던 최초의 드라마였다.

한편 전문적인 영역도 부각되기 이른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에서 한효주가 분했던 프로파일러 형사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여경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몇 가지 유형이 반복되기 쉽다.

2015년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도 여경의 직급은 높아졌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등장했다. 이 드라마의 이시영은 실종 전담반 팀장이며, 열혈 형사로 좀 더 세다.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도 적극적인 여경은 등장한다. 장나라는 좀 더 섹시한 여성이나 남성 혹은 중성적인 면보다 로맨스에 기운 여성성을 강화한다. 그래서인지 사건 해결은 기본이지만 그 주요 내용은 로맨스에 더 방점이 있는 듯 싶다. 영화 ‘베테랑’에서는 장윤주같이 와일드 캐릭터로 여전히 등장한다.

▲ 드라마 ‘여자를 울려’의 김정은(사진 = MBC)


이런 와중에 2015년에는 엄마 경찰들이 등장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김정은은 아들을 잃은 형사로 등장했다.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경찰을 그만두지만 고등학교 앞에서 밥집을 하며 선량한 아이들을 학교폭력에서 지켜낸다. 이 과정에서 경찰동료들의 협조와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물론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화려한 무술실력을 보여 이점에서는 역대 최강의 액션을 보인다.

무엇보다 엄마의 특징을 좀 더 부각한 드라마는 ‘미세스 캅’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희애는 여고생의 자살로 위장된 타살사건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희애는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경찰이라는 다중적인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김정은이나 김희애는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이 공권력과는 관계없이 학교폭력문제를 자력으로 풀어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집행자가 자신은 물론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영화 ‘돈크라이 마미’처럼 딸의 복수를 사적으로 행하는 엄마의 캐릭터와도 거리가 있다.

이렇게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여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경찰조직이라는 공권력 기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은 이제 자아실현의 공간이자 캐릭터이다. 여성들에게도 하나의 전문적인 직업공간이다. 그런데 이제 단지 젊고 활력 있는 여성들에게만 직장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드라마들은 여경이 엄마이고 아내이면서 직장 구성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전체적으로 경찰 조직은 서민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선의 합법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넓어졌음도 생각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 그런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작동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경찰을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경에도 엄마들이 본격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드라마 ‘미세스캅’ 3회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나타났다.

“경찰이여,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사건을 대하라.”

이는 여자를 범주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빠경찰이 많이 등장했던 것과도 구분되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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