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고르디우스의 매듭

입력 2015-08-31 13:59   수정 2015-08-31 14:06

[이윤학 소장의 당신과 다른 나의 100세 시대] 4편. 고르디우스의 매듭


알렉산더대왕으로 잘 알려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는(Alexandros the Great) 기원전 334년 22세의 나이로 동방원정을 떠난다.
이미 마케도니아의 국왕으로서 그리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대표하는 맹주로서 자리매김을 한 알렉산드로스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동방원정의 길목인 헬레스폰토스해협을 건너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정벌에 나선다.
이때 프리기아(Phrygia)의 수도 고르디움에서 군대를 결집시키고, 그 도시의 제우스 신전에서 전쟁의 승리를 기원했다.
그런데 이 신전에는 옛날 신탁에 의해 프리기아의 국왕이 되었던 `고르디우스`가 신전에 황소수레를 바치고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나나카마드 나무껍질로 만든 밧줄로 복잡하고 단단하게 묶어 놓았다.
그리고 `이 매듭을 푸는 자는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하였다.
이 매듭이 얼마나 단단하고 복잡한지, 많은 사람이 도전을 했지만 아무도 풀지 못했다고 한다. 소위 `고르디우스 매듭`이다.
그런데 이 전설을 들은 알렉산드로스는 매듭을 풀지 않고, 단칼에 끊어버렸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는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끊어버린 후 "운명이란 전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실제 그는 동방원정에 성공하여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 이르는 세 대륙에 걸친 정복제왕이 되었다.
흔히 도저히 풀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고르디우스 매듭`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은 기존의 방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법에서 찾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치 알렉산드로스처럼.
그런데 과연 모든 일이 그럴까? 100세시대의 `고르디우스 매듭`은 은퇴 후 남은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 인가하는 문제이다.
알렉산드로스처럼 단칼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처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대원정(大遠征)을 떠난다는 점에서는 우리도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긴 풀어야 할 것 같다.
100세시대를 살아가면서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100세 이상을 사는 고령자를 뜻하는 `센터내리언`(Centenarian)에게서 찾아 보면 어떨까?
전세계에는 100세이상 장수하는 인구비율이 높은 블루존(Blue zone)에서 센터내리언 들의 삶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일`이다. 일본 오키나와의 고령자들은 `이키가이`(生き甲斐 :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는 삶에 대한 목적을 자신의 역할, 일에서 찾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인들이 텃밭을 가꾸는 등 가벼운 육체적인 노동을 한다. 사실 오키나와의 말에는 `퇴직`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없다고 한다.
실제 116세로 최고령 할아버지로 기록되었던 일본의 기무라 할아버지도 65세까지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은퇴한 이후부터 90세까지 농사를 지었다.
미국 로마린다의 장수마을에는 90세 의사가 수술에 참여하고, 100세의 할머니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살아간다.
중남미 니코야반도의 고령자들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인생의 계획`(plan de vida) 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는 과정이다. 그들은 평생 육체노동을 즐겁게 해왔으며 일상적인 허드렛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일을 통해서 가족에 대한 강한 봉사정신, 남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실천한다.
두 번째는 `관계`이다. 자신을 둘러싼 가족, 이웃, 지역과의 강한 유대감, 연대감, 소속감이 그들의 행복한 삶을 지탱해준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는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시설이 아예 없다. 그래서 자신의 부모들이 요양시설로 들어간다면 `가족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사르데냐 사람들은 노인을 공경하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한다. 젊은 세대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와 조부모에게 애정이라는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르데냐에서는 `아케아`(Akea)라고 인사를 한다. 그 의미는 "100세까지 사세요"라는 뜻으로 이미 그들의 지역사회에서 장수는 당연한 삶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 할머니들은 `모아이`(模合)라는 친목계를 통하여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다.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이는 사회적인 네트워크인 셈이다.
니코야반도의 장수마을에는 독거노인의 거의 없다. 대부분 많은 자손들과 한 집에서 살며 가족의 보살핌 속에 유대감을 가지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블루존의 고령자들은 경제적인 독립, 즉 자급자족적 경제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재의 한국사회 고령자와 다른 점이다.
한국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도시화의 진행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빨라 상당수의 중장년층이 은퇴 이후 자급자족적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노후의 본질적인 기반은 재정적인 안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자녀와 동거하는 이유의 40%가 경제적 이유로, 이제 더 이상 규범적인 이유(자녀보호가 필요하거나 자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로 동거한다기 보다는 실질적인 이유가 대세이다.
그래도 자녀와 같이 살아야 경제적으로 안정된다. 노인이 있는 가구 중에서 노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노인독거가구의 경우 99.5%, 노인부부가구 99.2%인 반면 자녀동거가구의 경우 37.3%에 불과하여 자녀와 같이 사는 것이 경제적 독립과 관계없이 경제적 안정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노인가구소득 1분위에서 차지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16%인데, 이들 중 대부분이(14.6%) 노인독거가구라는 점에서 볼 때 자녀와 살수록(혹은 부부가 같이 살수록) 경제적 안정은 보다 확실해진다.
사실 공적연금 수급비율이 남자노인의 51.0%, 여자노인은 18.3%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연금생활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안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전히 한국노인들의 소득의 상당부분은 일해서 번 돈에서 나오고 있다.
노인가구의 평균 연간총소득은 2,305만원중에 근로소득이 37.4%로 제일 많다. 연금이나 자녀용돈을 합한 금액(37.7%)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래서 더욱 일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국의 노인가구 중 열 가구 중 아홉 가구가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며(89%), 자산가치는 평균 2억 1,342만원수준이지만, 노인독거가구는 74%만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며, 자산가치도 8,646만원에 불과하여 노인독거가구의 노후생활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노인가구의 85.6%가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으나 그 수준은 평균 3,142만원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충분한 노후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황들을 고려할 때 미래의 재무적인 대안은 결국 연금밖에 없다. 노령연금(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등)은 국가가 지급하는 기본적인 대안이고, 이를 보완하고 방법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뿐이다.
더구나 퇴직연금 역시 의무가입으로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인연금이 우리가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주택연금은 이도 저도 어려울 때의 비상수단이다.
우리인생의 나머지 절반, 미지의 세계에서 주인되는 방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00세시대의 `고르디우스 매듭`은 알렉산드로스처럼 단칼에 해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인생사 한방에 해결하는 그런 비법은 없다.
100세시대의 행복한 삶에 `일`도 중요하고 `관계`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재무적 상황을 무시할 순 없다.
우리의 선배들인 지금의 노인들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3층연금을, 특히 개인연금과 같은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길 외에는 없다. 그것이 100세시대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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