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26일) 명동 뱅커스클럽에 이른 아침부터 10개 시중은행장들이 모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의 호출이었다.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란다. 연말까지 옥석가리기를 끝내라고 했다.
사실 금감원장과 은행장들의 만남은 마지막 확인사살일 뿐이다. 이미 각 은행 임직원들이 여러 차례 금감원에 불려갔었다. 며칠 전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의 태도를 질타했다. 돌려서 좋게 말했지만 은행들이 실적 때문에 충당금을 쌓기 싫어 뭉그적거린다는 얘기였다.
오늘 아침 만난 은행장들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의 말 속에는 짙은 불신이 깔려 있었다. "결국 충당금 더 쌓으라는 얘기 아니겠어요?", "좀 있다가 우산 뺏는다고 뭐라 하지는 않을지...", "우리가 옥석을 가린다고 그게 언제 그대로 되나요?"
불과 몇 달 전 `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던 정부가 아니던가?

■ 산업은행이 결국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나설 모양이다. 노조가 임금동결과 무파업을 약속했으니. 예정했던 4조3천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29일 공식 발표한다는데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4조3천억 원. 2200만 원짜리 중형차 쏘나타를 19만5천여 대나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역경제나 일자리 측면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 조선경기는 대우조선이 피나는 구조조정을 해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4조3천억원을 쏟아붓는거다.
머릿속에 `대마불사`한 단어가 떠오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득 내년 총선도 떠오른다.
■ 은행장들을 불러 옥석가리기를 서두르라는 정부와 산은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3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할(?) 정부는 둘 다 대한민국 정부요, 대한민국 금융당국이다.
`대마불사`와 `옥석가리기`라는 두 키워드가 정면 충돌한 오늘. `대우조선해양이 과연 옥(玉)이었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니면 누군가 책임지고 나서서 깨기는 부담스러운 너무 큰 석(石)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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