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경 기자가 만난 세계의 건강한 한국인-22] ‘아즈텍 문명의 전사 후예들을 태권도의 전사들로 키우는 문대원 관장’

입력 2015-11-20 09:36  


멕시코하면 100년전 우리 조상들이 열강에 의해 노예로 끌려와 살았던, 영화<애니깽>에서도 조명됐던 애환과 한(恨)의 정서가 서려있는 멕시코 유까딴 반도부터 떠오른다. 그런 멕시코의 땅에 멕시코 태권도의 아버지, 대사부 혹은 멕시코 태권도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고대문명의 꽃을 피운 전사들의 땅에서 아즈텍 문명의 전사 후예들을 태권도의 전사들로 키우는 자랑스런 대한의 남자가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문대원 관장이다.
문: 멕시코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시는데, 멕시코에서의 태권도 현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 멕시코 전역에 태권도장이 무려 3,500여곳이 있습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인구는 20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그 중 30만명이 저에게 태권도를 익힌 사람들이며 그 중 5만명의 유단자가 탄생했습니다. 멕시코 전역에 직접 450개의 도장을 운영하며 일년에 8개월을 지방을 돌며 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 멕시코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습니까?
답: 제가 혈혈단신 멕시코에 온 것은 1969년입니다. 그 당시 27살의 미국 유학생이었습니다. 저는 대전중학교 2학년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공인 2단을 따고 경희대 정외과 재학 중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러 왔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무술경연에 나갔는데, 당시에 태권도는 미국에 이름이 없었고, 대부분 일본인들이 전파한 가라데가 판을 치던 시대였었죠. 경량급과 중량급으로 나눠 호구도 없이 맞붙었는데 타고난 근성과 스피드로 경량급을 휩쓸었고, 그 후 중량급 챔피언과의 통합 전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키가 2m가 넘는 거구를 넘어뜨렸고, 벽돌을 손 날로 깨뜨리며 미국 전역에 이름을 날리고, 무술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하며 전국의 무술대회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멕시코까지 무술대회에 초청이 되었고, 우리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멕시코인 들에 끌려 정착하게 됐습니다.
문: 일본의 가라데가 성행하는 가운데 태권도를 멕시코에 알리기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답: 당시 멕시코도 가라데가 대세였습니다. 처음 접수한 도장은 가라데 도장으로 도장 정면에 붙어있는 일장기와 일본 가라데의 전설인 마부니의 초상을 떼어버리고 태극기를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가라데 수련자들을 태권도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태권도는 가라데의 아류’라고 주장하는 일본인 사범이 대련을 요청해 옆차기 한방으로 제압한 적도 있습니다. 1970년대 들어 저의 제자들이 멕시코 무도대회에서 가라데를 누르기 시작했고, 제 2회 세계태권도 선수권 대회 에서 멕시코가 3위를 차지한 것이 태권도 열풍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문: 그 후의 태권도가 멕시코에 뿌리내린 과정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답: 무엇보다 멕시코인들 에게 강하고 정신이 살아있는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혹독한 수련을 시켰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혹독한 수련입니다. 초단 심사를 보려면 3년의 시간이 걸리고, 심사과정에 논문이 포함되는데 논문의 주제는 한국 태권도 유래와 역사에 대한 모든 것입니다. 이것을 알아야 자신들이 태권도를 하는 의미를 더 알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3 대련이라든지 15세 미만은 학교성적이 80점이 되지 않으면 절대 응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75년도에 멕시코 태권도 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여, ‘무덕관’이란 이름으로 광활한 멕시코 전국에 도장을 퍼뜨려 현지화에 성공을 했습니다. 83년부터 ‘문대원 컵’을 개최해오고 있고, 마치 전국체전과 같은 축제 속에서 매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69년 멕시코 처음 진출 한 이래로 500번 이상 애국가가 멕시코에 태권도로 인하여 울려 퍼졌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숫자를 불리는 것에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全人的)교육으로써 태권도가 가정마다 깊숙이 들어가있고, 청소년들의 인성교육과 멕시코의 주된 인재교육 방식으로 여겨져 멕시코 정부로부터 최고 스포츠 훈장과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문: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 태권도 리그를 창설하셨는데 거기에 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답: 우선 제가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태권도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언어, 문화의 장벽 등 모든 걸 허물수 있다.’라고요. 그것이 태권도가 특정인의 수련이 아닌 수천, 수 만 명에게 다가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TK-5’라는 프로 태권도 리그를 창설했는데, 축구처럼 지역 연고제로 팀을 두고, 단체전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선수가 시합을 하다가 힘이 빠지면 선수교체를 하는 등 굉장히 진행속도가 빠르고 재미가 있습니다. 4년만에 1명씩 스타가 나오는 올림픽 시스템으로는 태권도가 빛을 볼 수없다고 보고, 올림픽 보다 박진감과 스릴이 넘치다 보니 멕시코 전역의 체육관에는 태권도 경기를 보려는 관중들로 가득 찼습니다. 올림픽이 끝나도 계속 태권도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모두가 만족했죠. 다른 차원에서 태권도가 세계로 전파하기 시작한 겁니다. TK-5는 WTF(세계태권도연맹) 지원 아래 열리며, 세계적인 인터넷 방송국 테라와 케이블 채널 TVC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전 세계 태권도 대회로 키우고자 합니다. 이 리그는 멕시코에서 시작하지만 전 세계 리그가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프로 리그를 통해 태권도의 진정한 위상을 반드시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 태권도의 업그레이드가 문관장님을 통해서 이뤄질 거라 믿습니다. 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멕시코의 매력은 무엇이며, 멕시코에서 태권도 대사 부로 살아오시면서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답: 여기서 태권도의 힘과 열정은 각 가정마다 깊숙이 들어가있고, 식구 한 명 한 명의 가슴에 태권도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니 저도 그걸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입니다. 멕시코인 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매력은 진지함입니다. 진지하게 배우려고 하고, 시키는 데로 요령을 부리지 않고 하는 점을 보고 멕시코는 다르구나 하는 걸 많이 느낍니다. 멕시코에서 살아오며 매 순간순간이 보람되고, 그들이 태권도 수련을 통해 삶의 태도가 바뀌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멕시코는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이며, 그것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범죄문제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국 수녀 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 ‘찰코 소녀의 집’이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소녀들이 약5년간 머물며 직업교육을 받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98년부터 불우한 소녀들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2천여명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심사하고 있는데, 가난 때문에 잃어버린 소녀들의 웃음을 태권도를 수련하며 건강하고, 환한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전율을 느끼고 가슴이 벅찹니다. 태권도라는 소중한 도구를 통해 2천여명의 소녀들이 품새 를 하고, 서로에게 박수 쳐 주며 이 소녀들은 태권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럴 때 저는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늘이 저에게 태권도 소질 준거와 저를 멕시코로 보내준 것에 늘 감사합니다.
문: 끝으로 후학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답: 45년간 멕시코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제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강한 정신력에서 강한 체력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발로 차는 것보다 우리 머리와 가슴속에 더 큰 소중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신을 단련해야 했고, 그것을 태권도라는 소중한 도구를 통해 제자들에게 보여줬습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며 시합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매 순간 직장, 학교, 가정에서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이 되야 한다는 걸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세상을 얻는다는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멕시코 어디를 가든 저는 가족이 다 있습니다. 제자들이 아니라 그들은 나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멕시코와 한국 선수가 싸우면 누굴 응원하냐고 하는데 당연히 멕시코가 이겨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내 새끼들이고, 어려운 시기에도 떠나지 않고 지켜준 가족이니까요. 그들은 저를 스승 이상으로 아버지처럼 사랑합니다.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대단합니다. 그것이 70세에도 도복을 입고 멕시코 무덕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고, 과거를 반추하는 시간에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것이 나의 의지입니다.
(현장인터뷰 강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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