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한끼] 평창 맛집, 진태원 탕수육 시식기

입력 2016-01-26 18:32  

사진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a> MAXIM

2018 동계 올림픽을 2년 앞둔 강원도 평창엔 오감을 즐겁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뉴욕타임즈(NYT)가 `2016년에 가봐야 할 52곳` 중 한 곳으로 꼽은 평창의 용평리조트. 그리고 배고픈 스키어들의 속을 든든히 채워줄 중국음식점 진태원이다.

사실 이 기사는 예정에 없던 기사다. 그러나 지난 주말, 32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결항 사태를 빚은 제주공항에서 들려오는 타 매체 기자들의 저널리즘 정신은 숙취에 시달리던 기자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마침 [맥심세끼]들의 일원으로서 평창 맛집을 리뷰해야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사진 - 한국경제TV MAXIM

그렇게 해서 들른 곳은 평창 스키어들의 맛집으로 소문난 탕수육 맛집, 진태원이었다. 사전 조사를 통해 개시 시간이 오전 11시라는 사실을 알고 예정보다 빠른 체크 아웃 후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검색한 결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진태원은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를 표방하는 `코릿(KorEat)`이 선정한 전국 맛집 랭킹 50위 안에 든 곳이었다. 번지수 제대로 찾아왔다.

사진 - 한국경제TV MAXIM

가게 안에 준비된 테이블은 6개, 한 테이블은 4명이 정원. 따뜻해 보이는 안쪽 테이블에 자리잡은 일행은 탕수육 大자와 볶음밥을 시켰다. 식전 에피타이저로 군만두가 나왔다. 기자 일행보다 10분은 더 늦게 온 것 같은 커플에게도 같은 시간에 군만두가 제공됐다.
이 가게에는 개시 손님 프리미엄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군만두의 맛은 일반 중국 음식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대체 어떤 맛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힘을 빼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끝나갈 즈음 드디어 탕수육이 얼굴을 드러냈다.

사진 - 한국경제TV MAXIM

손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가 어색했는지 민낯을 가리려 얼굴에 부추를 가득 덮은 수줍은 모습이었다. 군만두 때와 마찬가지로 옆 테이블에 앉은 커플에게도 동시에 탕수육이 나왔다. 개시 손님 프리미엄은 없는 게 확실했다.

일반적으로 중국 음식점에서 만나게 되는 찍먹파와 부먹파의 싸움이 여기 진태원에서만은 예외였다. 아예 탕수육 소스를 부은 상태로 나왔기 때문이다. 찍먹파인 기자는 왠지 모를 의문의 1패를 떠안은 기분이었다. 약간 상한 마음을 뒤로 하고 가게에서 일러준 대로 삼합 먹던 느낌을 살려 부추와 양파 그리고 탕수육 한 점을 집어들었다.

사진 - 한국경제TV MAXIM

어라? 하나도 안 뜨겁네?무지막지한 조리열을 내포하며 입천장에 빅엿을 날릴 것만 같던 탕수육은 의외로 순진한 성향의 부먹파 우두머리였다. 적당히 뜨거운 소스와 이미 조리 후 식히는 과정을 거친 듯한 먹기 좋은 온도의 탕수육은 썩 잘 어울렸다. 찍먹파들이 부먹파를 부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탕수육의 바삭한 식감을 느끼지 못해서다. 그러나 진태원 탕수육은 이미 어느 정도 식힌 것은 물론 그 나름의 비법으로 탕수육이 식었을 때의 눅눅한 겉옷마저 없애버렸다.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상반된 식감을 선사하는 튀김옷은 배추, 양파, 부추와 함께여서 그런지 바삭보다는 아삭이라는 식감에 가까웠다. 아삭한 탕수육에 기분 좋은 이질감을 느꼈다. 달거나 혹은 셔서 탕수육의 맛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녀석은 소스 역시 적당한 산미와 당도를 갖추고 있었다.

사진 - 한국경제TV MAXIM

신기한 탕수육을 접한 기자는 뭔가에 홀린 듯 마구 입에 넣기 바빴다. 그러던 중, 불현듯 머리를 스친 건 "이거 실수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응당 탕수육 소스 안에서 수영을 하고 있어야 할 당근, 목이버섯, 배추, 양파가 밖에서 마른 몸으로 소스 위를 유유히 떠다닌다는 생각은 감히 범인이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많은 발명품들 역시 우연한 기회에 실수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이색적인 비주얼과 맛을 갖춘 이 녀석 역시 그러한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어 나온 볶음밥과 자장면에 대한 기대가 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군만두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탕수육을 제외한 나머지 메뉴에서는 완전히 힘을 뺀 모습이었다. 볶음밥엔 당근이 많았고 자장 소스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파게티 향이 났다. 진태원은 맛집이 분명했다. 탕수육에만 힘을 쏟은 맛집.

진태원은 슬로프 위에서의 거친 육체 활동으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오는 곳이 아니었다. 슬로프를 즐기기 전에 맛있게 속을 채우고 싶은 스키어들을 위한 맛집이었다. 이 정도면 2년 뒤 지구촌 화합의 장으로 떠오를 평창의 맛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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