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했던 신태용호, 결승 한일전 허무하게 역전패

입력 2016-02-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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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한축구협회


우리도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이뤘지만 상대인 일본은 더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23년 전 선배들이 `도하의 비극`으로 주저앉았던 역사를 보기 좋게 씻어내고 디펜딩 챔피언 이라크를 상대로 `도하의 기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이 그들의 이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한 탓이 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0일 오후 11시 45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겸한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3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중반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2-0이라는 점수판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정말로 축구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분만에 권창훈의 선취골이 터졌다. 골잡이 진성욱이 이마로 떨어뜨린 공을 권창훈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는데 일본 수비수 이와나미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슬쩍 바뀌어 들어갔다.

선취골을 도운 진성욱은 후반전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놀라운 터닝 슛을 터뜨렸다. `권창훈-이창민`으로 이어진 오른쪽 측면 연결이 매끄러웠다.

하지만 후반전 중반부터 방심한 신태용호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연거푸 저질렀다. 90분 내내 수비를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비슷한 실수를 거듭하는 장면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일본의 데구라모리 감독은 60분에 아사노 다쿠마를 들여보내며 조심스럽게 반전 드라마를 준비했던 것이다.

바로 그 아사노 다쿠마가 67분에 야지마의 역습 패스를 받아 만회골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곧바로 1분 뒤에 야지마 신야의 헤더 동점골까지 터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 수비의 조직력이 너무나 허술하게 드러난 것이다.

역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발목을 다친 미드필더 이창민을 대신하여 78분에 김승준을 들여보낸 것이 전부였다.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치던 진성욱을 빼고 키다리 골잡이 김현을 들여보낸 것은 일본 수비수들이 충분히 예상했던 흐름이었다.

그리고 거짓말같은 일본의 역전골이 81분에 만들어졌다. 역시 교체 선수 아사노 다쿠마가 그 주인공이었다. 나카지마의 로빙 패스가 넘어올 때 우리 수비수 연제민이 제대로 아사노를 밀어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센터백의 수비 방법 중에서도 기본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는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한국 선수들은 또 다른 반전 드라마를 꿈꾸며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일본 선수들의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무리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멋진 결과물을 받아들었지만 한일전 역전패 충격은 조금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와 방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잘 가르쳐준 명승부였다.


※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 결과(30일 오후 11시 45분,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도하)

★ 한국 2-3 일본 [득점 : 권창훈(20분,도움-진성욱), 진성욱(47분,도움-이창민) / 아사노 다쿠마(67분,도움-야마지 신야), 야지마 신야(68분,도움-야마나카), 아사노 다쿠마(81분,도움-나카지마)]

◎ 한국 선수들
FW : 진성욱(78분↔김현)
AMF : 류승우, 문창진, 권창훈
DMF : 박용우, 이창민(78분↔김승준)
DF : 심상민, 송주훈, 연제민(83분↔정승현), 이슬찬
GK : 김동준

◎ 일본 선수들
FW : 구보 유야, 오나이우(46분↔하라카와)
MF : 나카지마, 엔도, 오시마(60분↔아사노 다쿠마), 야지마(75분↔토요카와 유타)
DF : 야마나카, 우에다, 이와나미, 무로야
GK : 구시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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