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이 방송이 끝난 후 대중의 뭇매를 두드려 맞고 있다.
`본분 금메달`은 드러난 미션속에 숨겨져 있던 아이돌의 `본분`을 지키는 걸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하자면 결국 `몰래카메라`인데 다수의 시청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걸그룹의 상품화`와 `본분`이라는 단어다.
■ 걸그룹의 상품화
2016년 설 특집 `본분 금메달`은 걸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부분에서 `걸그룹의 상품화` 문제가 제기되는 건데 만약 걸그룹 멤버가 아닌 남성 아이돌이었다면? 남성 아이돌의 본분이 어떤 상황에서도 짜증을 내면 안 되고 `멋짐`을 유지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면?
`본분 금메달`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이돌, 배우, 예능인,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 집단이 모여 베일에 싸인 미션 수행을 통해 화려한 이면의 진솔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아주 특별한 게임`이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다음 기획에는 걸그룹이 아닌 다른 연예인 군을 대상으로 진행이 예정돼있었다는 말이다.
■ 연예인의 본분
연예인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웃음을 잃어서는 안 되고 일반인이 짜증을 낼 수 있는 순간에도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 전현무의 말을 빌리자면 "언제 어느 순간에도 걸그룹은 예쁜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본분`이다.
전현무의 냉철한 한 마디로 `불편한 진실`을 자극당한 대중은 불편해졌다. 대중이 아이돌에 기대하는 점, 대중을 위해 설정된 `본분`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본분 금메달`이 보여줬던 진실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자극하는 방송을 내보낸 제작진과 방송사에 그 불편함의 화살을 돌리며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6년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로 꼽히는 MBC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이하 몰카배틀)은 어땠을까. 이경규는 전현무를 대상으로 인간의 본성을, 야망을 자극하는 소재를 들고 나왔다.
중국 진출을 꿈꾸는 건 대한민국의 모든 연예인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출연료는 굳이 포기할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런 인간의 `본능`, `야망`을 자극하는 몰래카메라로 전현무를 `탈탈` 털어냈다. 한 개인의 `꿈`을 가지고 장난친 몰래카메라였다. 그런데도 시청자는 `최고의 몰래카메라였다`, `역시 몰래카메라는 이경규다`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본분 금메달`과 `몰카배틀`의 차이점이라면 `본분 금메달`이 연예인의 `본분`을 명시화할 때 `몰카배틀`은 인간의 본성을 명시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차이는 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본분 금메달`과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은 기대점이 분명하게 설정된 상황에서 대상 연예인을 속이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시퀀스 자체는 같은 프로그램이다.
교훈이나 감동을 찾자는 취지도 아니고 웃음을 위한 예능으로 연예인을, 아니 한 개인을 속인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단지, 몰래카메라의 대상이 전현무와 걸그룹이고, 진행한 MC가 이경규와 이경규가 아니라는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