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련미 입은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사랑 연극 ‘렛미인’

입력 2016-02-13 10:52  



연극 ‘렛미인’(원제 : LET THE RIGHT ONE IN)은 스웨덴에서 최초로 개봉하고 미국에서 다시 리메이크되어 전세계에 마니아 관객들을 양산하며 사랑 받아 온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인간 소년 오스카가 외로움을 매개체로 나누는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하지만 단순한 러브 스토리일 것으로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운명에 처한 뱀파이어 소녀가 번민하는 모습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가정에서도 겉도는 소년의 불안정한 모습은 연극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이번 공연은 국내 연극 최초로 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인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오리지널 연출 존 티파니를 비롯해 해외 스태프들이 직접 본 공연을 진두지휘하여 제작되어 감동이 그대로 전달된다.

연극 무대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룬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연극 ‘렛미인’은 훨씬 더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준다. 호러 영화가 아닌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평생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위해 많은 시간을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순수한 사랑이 더 나아가 한 걸음 더 성장한, 현실적인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연극 ‘렛미인’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호러 장르의 잔인한 장면이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관객들이 객석으로 들어오면 하얀 눈이 쌓인 숲 속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숲 속은 거실이기도 하고, 침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숲은 바로 모든 죽음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무서운 장면을 영화로 볼 때는 “저것은 특수효과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무대 위 바로 눈앞에서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빨아 마시는 장면은 영화와 다른 충격을 받게 된다. 누구도 공연 중간에 “멈춰!”라고 말하진 않지만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진짜 그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연출가 존 티파니는 연극 ‘렛미인’에서 무브먼트와 음악에 중점을 뒀다. 안무처럼 표현되는 배우들의 무브먼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 또 다른 소통의 방법이다. 그리고 공연 사이 끊임없이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와 관객들의 정서를 작품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든다.

심플한 무대, 보고도 믿기지 않는 무대 효과, 공간과 시간을 채워주는 음악과 배우들의 무브먼트. 지금까지 연극과는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 ‘렛미인’이다.



연극 ‘렛미인’은 여러 지점에서 우리나라 연극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선 연기자다. 박소담을 기억하는지. 올해 24살의 그녀는 ‘충무로의 괴물 신인’이라 불린다. 허락을 받아야 상대방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뱀파이어 소녀의 천사적이고 악마적인 양면성을 제대로 그려냈다.

영화 ‘경성학교’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더니,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영화 ‘사도’, ‘베테랑’, 드라마 ‘처음이라서’ 등 무서운 속도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접수했다.

박소담의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연극 ‘렛미인’ 오디션에 지원해 서류 심사까지 총 4차 오디션을 거치며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을 따냈다.

이외에도 이은지, 오승훈, 안승균 등 20대 초반의 신인 배우들과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중견배우 주진모가 함께하는 ‘렛미인’은 가장 아름답고 잔혹한 동화로 탄생했다.

그 다음은 연출가. 스코틀랜드 출신 연출가 존 티파니는 한국에는 연극 ‘Black Watch’를 통해 알려졌으며 이 작품으로 2009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Once’로는 2012년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연극 ‘Glass Menagerie’, ‘The Missing’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그리고 내년 6월 공연될 연극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의 연출을 맡고 있다.

한편 연극 ‘렛미인’은 오는 2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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