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을’의 입장이 되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 같다.
삼성은 지난 1월 팀의 주력 타자 가운데 한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중복 포지션을 교통정리하며 부족한 투수자원을 영입하겠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굳이 트레이드 카드를 밝혔어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선수의 이름은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카드에 대해서는 모든 야구팬들이 다 알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주력 투수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역시나 트레이드 대상이 되는 선수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미 힌트(?)를 통해서 누군지 알려줬다. 팀의 주력 선발 투수로 최근 하향세를 보인 선수. 이정도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다.
만약 트레이드가 이루어진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이런 식으로 해당 선수를 고통 받게 하면서 얻는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KBO리그에서 트레이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여전히 유쾌한 일이 아니다. 최근 인식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축 선수들이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문제없이 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는데 공개적으로 트레이드 카드로 거론된다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트레이드를 하는 것은 구단의 고유권한이고 또한 필요한 전력을 위해서는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선수 입장도 배려를 하는 선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선수들도 트레이드를 비즈니스로 보고 있지만 아직 KBO리그에서 트레이드는 비즈니스보다 충격이 우선이다. 최악의 경우 삼성이 트레이드를 하지 못했을 경우. 거론되고 있는 선수들은 마음을 가지게 될까?
또한 굳이 상대에게 을의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삼성은 유망주 투수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줄 카드를 먼저 보여줬다. 과연 상대에게 칼자루를 쥐어줄 필요가 있었을까? 최근 KBO리그에서 유망주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문제는 각 팀에서 유망주라고 내세우는 선수들 중에 실제로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이들은 매우 적다.
다시 말해서 최근 분위기상 젊은 선수, 유망주라면 각 팀에서 ‘우리 선수가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과거부터 트레이드에 있어서 ‘우리 선수가 아깝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KBO리그임을 고려한다면 삼성은 매우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삼성은 협상도 하기 전에 내줄 수 있는 카드의 마지노선을 공개를 한 것이다. 왜 이런식으로 불리한 장사를 하려는 것일까?
일각에서 페이롤 줄이기를 위함이 아니냐는 시선에 결코 아니라고 부인하는 삼성. 만약 페이롤 줄이기가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을까. 또한 자생력을 외치고 있지만 야구단 운영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올 겨울 행보라면 삼성 프런트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팬심을 확보하고 선수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