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 인턴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취업난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게 되는 인턴십이 마치 한 번 뽑아 쓰고 버리는 티슈와 닮았다는 뜻에서 청년 인턴의 실상을 비유하는 용어다.
우리 사회는 티슈 인턴 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과 소득 불균형이 낳은 자조적 성격의 용어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서 어떤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에는 어떤 게 있었을까.
지금 가장 득세 중인 현대판 신분제를 꼽으라면 단연 ‘수저론’이다.
이른바 날 때부터 들고 있는 수저의 색깔이 다르다는 수저론이다. 이에 따르면 수저의 색깔은 금, 은, 동 그리고 흙으로 크게 4가지 색으로 나뉜다.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SNS를 통해 떠도는 바로는, 자산 20억 원 또는 연수입 2억 원이면 금수저, 이의 반절의 소득은 은수저, 여기서 또 반절의 소득이 가능하면 동수저로 계급이 나뉜다. 흙수저는 이러한 기준도 형성하지 못하는 저소득 계층을 일컫는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개개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수저론은 있는 자는 더 갖기 쉬우며 없는 자는 더 갖기 어려운 시대임을 역설한다. 그러나 금수저들은 스스로를 금수저라 말하지 않는다. 없는 자들이 체념에 젖은 채 흙수저인 자신을 탓하다가 결국엔 사회 구조에 근원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아마 지난 2015년 한국 사회를 지배한 단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헬조선’이 아닐까. 혹자는 이미 지옥과 같은 ‘조선’ 앞에 ‘헬’이란 수사를 더한 것은 동어반복의 어폐가 있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말하기도 한다. 헬조선이란 단어는 OECD 가입국 중 가장 많은 연간 근로 시간을 보이는 것을 넘어, 노동생산성은 최하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근로 문화가 가장 큰 배경이 됐다.
사람들은 수저론과 헬조선 담론의 근간에는 아무리 일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계층 이동 가능성의 단절, 그리고 일자리 격차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나아지질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분명 해결 방안은 있다. 유일하게 손댈 수 있는 건 사회 정책이다. 사회 정책을 고치는 건 결국 정치의 몫이다. 4월 13일 총선은 그래서 중요하다.
2016년은 2015년과 달라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를 헬조선에 살고 있는 불쌍한 흙수저라며 한탄만 늘어놓는 이가 아닌,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투표장에 나서는 이가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시작할 땐 헬조선보다는 나은 단어가 사람들 입에, 그리고 당신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