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의 의결을 저지하기 위해 야권이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즉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5시간 33분)을 시작으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1시간 49분), 은수미 의원(10시간 18분)에 이어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오후 7시쯤부터 시작한 필리버스터가 24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 개정으로 40년 만에 부활한 뒤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만큼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네티즌은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필리버스터 관련 정보를 퍼뜨리며 공유하고 있다.
이번 필리버스터의 관건은 3월 10일 회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느냐다. 더불어민주당은 테러방지법에 인권침해 내용이 있다며 이에 대한 삭제와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필리버스터를 한 의원들이 평균 다섯 시간 이상 토론을 이어가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아울러 정의당, 국민의당 등 야권 국회의원도 동참할 예정이라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순서로 보면 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유승희(더민주), 최민희(더민주), 김제남(정의당), 김경협(더민주), 강기정(더민주), 서기호(정의당) 순으로 이어진다.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단 본인 신청을 받고서 원내 지도부에서 어떻게 배치하는 게 좋을지 판단했다"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준비된 상태인지를 순서에 우선 고려했다. 그래서 정보위 관련 의원이 우선 진행하게 된 것이고 나머지 의원은 그 뒤로 준비해서 참여하게 되는 순서"라고 밝혔다.
테러방지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독소조항이 많이 인권침해 가능성이 너무 크다"며 "이번에 제출된 제9조 4항을 보면 국정원이 정보 수집을 위한 목적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추적권과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테러방지법을 막겠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새누리당과 협상이 이루어져서 독소조항들이 상당히 제거된다면 차악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더민주가 19대 국회를 `뇌사국회`로 전락시키더니 안보마저도 무방비 상태로 만들려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까지 달린 문제를 선거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심히 유감스럽고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영상은 국회방송, 팩트 TV,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