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과 KB금융 등 금융그룹이 증권 계열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증권계열사의 덩치를 키우긴 해야 하는데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은 지난해 이후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증권 등 비(非)은행 부문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은행·증권 복합점포가 허용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면서 증권계열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증권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증자를 통해 2조5,080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인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키우기 위해서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면 단순 주식매매중개 외에 프라임브로커 업무 등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허용된 은행·증권 복합점포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다음달 도입되는 ISA와 관련해 증권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ISA는 은행, 증권사 등이 판매할 수 있는데 은행은 ISA 가입자의 자행 예·적금 상품을 팔 수 없다.
금융그룹 입장에선 은행 대신 증권계열사 투자상품을 ISA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증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규모 증자로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려면 약 5천억원을 증자해야 한다"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많은 상황에서 추후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자 여부 결정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그룹도 증권 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은 KB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해 규모가 작다.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5천억원대로 증권업계 18위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올해 현대증권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었다.
대형 증권사 인수에 나섰지만 KB금융도 고민이 많다.
인수전이 치열해 실제 인수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데다 만만치 않은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와 경쟁을 벌이는 현대증권만 해도 5천억~6천억원가량이 필요할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금융 내부에선 "가격도 문제지만 (현대증권의) 핵심 인력이 상당수 이탈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꼭 인수해야하느냐"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증권사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우리은행은 2014년 정부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에 매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증권계열사가 없다 보니 독자적으로 복합점포도 못 만들고 ISA에 계열 증권사 상품도 못 넣고 있다"고 말했다.
■ 프라임브로커(prime broker)
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에 대출, 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래증권사.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춘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6개 증권사만 이 업무를 맡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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